율리시스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생각의나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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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더 이상 세상에 없었다: 불에 탄 나뭇개비 같은 떨리는 뼈대. 자단(紫檀)과 젖은 재 냄새. 그녀는 그가 발 밑에 짓밟히는 것으로부터 구했으며, 거의 삶 같은 삶을 살아 보지도 못한 채, 사라져 갔다. 천국으로 가버린 불쌍한 영혼: 그리하여 거친 황야 위에 깜빡이는 별 아래, 털 속에 노획물의 붉은 악취 품기는, 한 마리의 여우가, 무자비하게 반짝이는 눈으로, 흙 속을 파헤쳤다, 귀를 기울였다, 흙을 긁어모았다, 귀를 기울였다, 파헤치고 또 파헤쳤다.


(79쪽)

 

 -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2. 네스토르> 중에서

 

  * * *

 

──── 3파운드 12실링, 그는 말했다. 그것으로 됐으리라 생각하네.

 

──── 감사합니다, 선생님, 스티븐이, 수줍어하듯 급히 돈을 모두 쓸어모으면서 그리고 바지 주머니 속에 한꺼번에 집어넣으면서, 말했다.

 

──── 전혀 감사할 것 없네, 디지씨가 말했다. 자네가 번 것이니까.

 

스티븐의 손이, 다시 풀려, 공허한 조가비에로 되돌아갔다. 역시 미(美)의 그리고 권력의 상징들. 내 호주머니 속의 한 덩어리: 탐욕과 참담(慘憺)으로 얼룩진 상징들.

 

(82쪽)

 

 -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2. 네스토르> 중에서

 

 

 * * *


 

──── 왜냐하면 자네는 저축을 하지 않기 때문이야, 디지씨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자네는 아직 돈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어. 돈은 힘이야. 자네도 나만큼 살아 보면. 나는 알아, 나는 알지. "만일 젊은이 알기만 하면." 그러나 세익스피어는 뭐라고 말하지? "돈만은 그대의 지갑에 넣어 두라," 고.

 

──── 이아고지요, 스티븐이 중얼거렸다.


(83쪽)

 

 -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2. 네스토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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