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시스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생각의나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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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각 구름이, 보다 짙은 녹색의 만(灣)을 그림자 드리우면서, 천천히, 완전히, 해를 가리기 시작했다. 바다는 그이 아래 놓여 있었으니, 쓰디쓴 담액의 사발. 퍼거스의 노래: 나는 홀로 집에서 그걸 불렀지, 길고 암울한 화음을 유지하면서. 그녀의 방문은 열려 있었지: 그녀는 나의 음악을 듣고 싶어했지. 두려움과 연민으로 말이 막힌 채 나는 그녀의 침대가로 갔었지. 그녀는 비참한 침대에서 울고 계셨지. 그 가사(歌詞) 때문에, 스티븐: 사랑의 쓰라린 신비 말이야.

 

지금은 어디에?


(48쪽) 


-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1. 텔레마코스> 중에서

 

 * * *


꿈속에, 묵묵히, 그녀는 그에게 다가왔었다. 헐거운 수의(壽衣)에 싸인 그녀의 버림받은 육체, 밀랍과 자단(紫檀)의 냄새를 풍기며, 들리지 않는 비밀의 말로써 그를 덮쳤던, 그녀의 숨결, 젖은 재의 몽롱한 냄새.

 

죽음으로부터 노려보는, 그녀의 반짝이는 눈, 나의 영혼을 흔들어 꺾어 놓여려고. 나 혼자만을. 그녀의 번뇌를 비춰주는 귀신촛불. 고통받는 얼굴 위의 귀신 같은 불빛. 공포 속에 그르렁거리는 그녀의 거칠고 큰 숨결. 그 동안 모두들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다. 나를 때려눕히려고 내게 쏟은 그녀의 눈. "릴리아따 루띨란띠움 떼 꼰페소룸 뚜르마 치르쿰데뜨 : 이우빌란띠움 떼 비르기눔 엑치삐아뜨(백합처럼 밝고 반짝이는 한 무리의 참회자들이 그대를 둘러싸게 하소서. 처녀들의 영광의 합창대가 그대를 맞이하게 하소서)."

 

망귀(亡鬼)여! 시체를 씹는 자여!

 

아니에요, 어머니! 나를 그대로 살게 내버려둬요.


(49-50쪽)

 

 -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1. 텔레마코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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