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2 동서문화사 월드북 70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맹은빈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사나이의 마음 속에 있는


"…… 전쟁의 승리라는 것은 절대로 과거에 있어서나 장래에 있어서나 진지나 장비나 병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진지 같은 것은 가장 문제가 되지 않아."


"그럼 무엇으로 결정됩니까?"


"기분이지, 나나 이 사나이의 마음 속에 있는." 그는 찌모힌을 가리켰다. "병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1069쪽)



클라우제비츠


장교들은 일어났다. 안드레이는 부관에게 마지막 명령을 주면서 장교들과 함께 헛간 뒤로 나갔다. 장교들은 가버렸다. 삐에르는 안드레이 곁으로 갔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려고 한 순간 헛간의 가까운 길에서 세 마리 말의 말굽 소리가 들렸다. 그쪽을 흘끗 엿보고, 안드레이는 그것이 까자크 병이 딸린 볼쪼겐과 클라우제비츠(프러시아 장군, 러시아 군에 근무하고 있었다)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잡담을 하면서 옆을 지나갔는데, 삐에르와 안드레이는 본의 아니게 다음과 같은 대화를 들었다.


"전쟁은 넓은 공간으로 옮겨져야 해. 이와 같은 생각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다고 생각하네." 한 사람이 말했다.


"그래." 다른 사람이 말했다. "목적은 적을 약하게 하는 데에 있으니까, 개인의 희생을 문제 삼을 수는 없어."


(나의 생각)


혹시 톨스토이의『전쟁과 평화』에 클라우제비츠도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이 소설을 읽는 도중에 스멀스멀 기어나왔다. 이 전쟁에 실제로 참전했던 숱한 역사적 인물들이 등장하는 걸로 미루어 '그의 등장'을 살짝 예감할 만했다. 역시 그가 이 대목에서 등장했다. 『전쟁론』으로 유명한 그는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실패'를 직접 체험하고 나서 '승리의 한계 정점'이라는 유명한 '전쟁 이론'을 수립했다.



전쟁은 어디까지나 전쟁이며 절대로 놀이가 아냐


전쟁은 애교가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 가장 혐오스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깨닫고 전쟁 게임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해. 이 무서운 필연성을 엄격하고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지. 요컨대 이렇게 되어야 해. 거짓을 버려야 하네. 전쟁은 어디까지나 전쟁이며 절대로 놀이가 아냐. 그렇지 않으면, 전쟁이란 할 일이 없는 안이한 생각을 하는 인간들이 가장 좋아 하는 놀이가 되어 버린다…… 군인이라는 계층은 가장 존경을 받는다. 그렇지만 대관절 전쟁이란 무엇인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군인 사회의 기풍이란 어떠한 것인가? 전쟁의 목적은 살인이 아닌가. 전쟁의 수단은 스파이 행위, 배반이나 배반의 장려, 주민 생활의 황폐, 군의 물자 조달을 위한 약탈이나 도둑질이다. 군사 상의 책략이라고 불리는 거짓말과 기만이다. 군인 계급의 기풍은 자유가 없다는 것, 즉 규율, 무위, 무지, 잔인, 방탕, 음주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것이 모두 사람의 존경을 받는 최고의 계급인 것이다. 중국을 제외하고는 어느 황제나 군복을 입고 있다. 그리고 사람을 많이 죽인 자일수록 큰 상을 받고 있어……(1072-1073쪽)



나폴레옹의 영향은 단지 표면적인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


역사적 사건의 원인을 형성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다른 대답을 생각할 수가 있다. 세계적 사건의 흐름은 미리 하늘에 의해서 정해져 있고, 이들 사건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전체 의지의 총합에 의해 결정된느 것이며, 이들 사건의 흐름에 대한 나폴레옹의 영향은 단지 표면적인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샤를르 9세가 명령을 내린 성 바르톨로뮤의 학살은 그의 의지에 의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자기가 그것을 하도록 명령했다고 착각한 데에 지나지 않았고, 보로지노 평야에서의 8만 학살은 나폴레옹의 의지에 의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전투 개시나 전투의 흐름에 대해서는 그가 명령을 내렸지만) 자기가 그것을 명령했다고 착각한 데에 지나지 않았다는 추측은 언뜻 보기에 기묘하게 여겨질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위대한 나폴레옹 이상의 인간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보다 이하의 인간도 아니라고 나를 향해 말하는 인간적 존엄의 마음이, 지금 말한 것과 같은 문제의 해결을 인정하도록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역사의 여러 가지 연구 결과가 이 추측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 (1083쪽)



'마개를 뺀 술을 마셔야 한다'고 느낀 것


프랑스군 병사가 보로지노 전투에서 러시아 병을 죽이기 위해 앞으로 나온 것은 나폴레옹의 명령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희망에 의한 것이었다. 전군이, 해진 군복에 굶주리고 행군에 지친 프랑스인과 이탈리아인, 독일인과 폴란드인들은 자기들로부터 모스크바를 지키고 있는 군대를 보고, '마개를 뺀 술을 마셔야 한다'고 느낀 것이다. 만약 나폴레옹이 그때 러시아군과의 전투를 금지했다면, 그들은 나폴레옹을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러시아군과 전투를 하려고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그것은 필연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108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