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의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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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런던에서 어떤 소녀가 마차를 탔어』그는 말을 계속했다. 『그녀는 여러 해 동안 보지 못한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어. 어떤 길모퉁이에서 한 화물차의 끌채가 그 마차의 창에 부딪쳐 창을 별 모양으로 부숴놓았어. 기늘고도 긴 바늘 같은 유리 조각이 소녀의 심장을 찔렀거든. 그녀는 그 자리에서 숨졌어. 신문기자는 그것을 비극적인 죽음이라고 불렀어. 그러나 그건 틀렸어. 내 정의에 의하면, 그 죽음이 공포나 연민과는 거리가 멀지.

 

사실, 비극적인 정서란 두 방향으로 바라보는 한 얼굴이며 각각 공포와 연민을 향하고 있지. 이 두 가지는 모두 비극적 정서는 정적(靜的)이라는 뜻이야. 아니, 극적 정서가 정적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군. 부적절한 예술이 자극하는 감정은 욕망이냐 혐오냐를 가릴 것 없이 모두 동적(動的)이거든. 욕망은 우리를 충동하여 무엇을 소유하거나 찾아가게 하는가 하면, 혐오는 우리를 충동하여 무엇을 버리거나 떠나가게 하니까. 그러므로 이 욕망이나 혐오를 자극하는 예술은, 그것이 외설적이냐 교훈적이냐를 막론하고, 모두 부적절한 예술이지. 그러므로 일반적인 술어로 말해 미적 정서는 정적이라고. 마음은 붙잡혀서 욕망이나 혐오를 초월하도록 고양되니까』(315-3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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