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의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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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기도나 명상을 하는 동안 다시 그에게 속삭이기 시작한 육체의 집요한 목소리에 그의 영혼이 다시 한번 휩싸였다고 느끼게 된 지금 이렇게 자기를 방기하겠다는 생각은 그의 마음에 위태로운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어떤 순간적인 생각에서 그가 단 한 번만 동의하면 그 동안 이루어놓은 것을 모두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 자기에게는 힘이 있다는 강력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자기의 맨발을 향해 서서히 밀려오는 물을 느끼면서, 아무 소리 없이 소심하게 다가오는 힘없는 잔물결이 처음으로 자기의 열띤 피부에 와닿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물결이 와서 닿을 무렵, 그리고 그것에 죄 많은 응낙을 하기 직전에, 그는 자기 의지의 갑작스러운 행위와 갑작스러운 화살기도를 통해 구원받고, 그 물결에서 멀리 떨어진 마른 기슭으로 안전하게 피하고 있었다. 그리고 먼 곳에서 생긴 한 줄의 은빛 파도가 다시 그의 발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하는 것을 보노라면 자기는 아직 죄악에 굴복하지 않았으며 아직도 모든 것을 허물어뜨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새로운 힘과 만족감의 전율이 그의 영혼을 뒤흔들었다.(236-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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