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의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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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려!

 

그는 자기 얼굴과 목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몸에 두르고 있던 담요를 미친듯이 박찼다. 그게 바로 그의 지옥이었다. 하느님은 그를 위해 예비된 지옥을 그에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냄새 나고 야수적이고 악의에 찬 그곳은 음란한 염소처럼 생긴 악마들이 득실거리는 지옥이었다. 그를 위해 마련된 곳이었다.

 

그 고약한 냄새가 그의 목구멍을 따라 내려가서 창자를 메워서 뒤틀리게 하자 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공기를 다오! 하늘의 공기를! 그는 구역질 때문에 기절할 듯이 신음 소리를 내며 비틀비틀 창으로 갔다. 세면대 앞에 서자 속에서는 경련이 났다. 그는 싸늘한 이마를 미친듯이 움켜잡고 고통스럽게 많은 것을 토해냈다.

 

발작이 지나가자 그는 힘없이 창으로 걸어가서 창문을 올리고 창틀 사면(斜面)의 한쪽 구석에 앉아 팔꿈치를 문지방에 기댔다. 비는 이미 그쳤고 여기저기 점등되어 있는 사로등을 따라 움직이던 수증기 속에서 도시는 마치 누에가 실을 뽑듯이 누르스름한 안개로 부드러운 고치를 지어 그 속에 감싸여 있었다. 하늘은 고요했고 희마하게 훤했으며, 소낙비에 흠뻑 젖은 숲 속에서처럼 공기는 숨쉬기에 향기로웠다. 이 평화로움과 번뜩이는 불빛 그리고 조용한 향기 속에서 그는 자기 심정을 상대로 서약했다

 

그는 기도했다.

 

(중략)

 

그의 눈은 눈물로 인해 흐려졌다. 겸허하게 하늘을 쳐다보며 그는 이미 잃어버린 순결을 생각하며 울었다.

 

저녁이 되자 그는 집을 나섰다. 습하고 어두운 공기의 첫 감촉과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기도와 눈물을 통해 진정되었던 그의 양심을 다시 아프게 했다. 고백해야 한다! 고백해야 한다! 눈물과 기도를 가지고서 양심을 진정시키는 것으로는 모자랐다. 그는 심령의 대리자 앞에 가서 무릎을 꿇고 그 동안 감춰 온 죄악을 진심으로 회개하며 고백해야 했다.그를 맞이하기 위해 집의 출입문이 열리면서 문의 발판이 문지방 너머로 끌리는 소리가 다시 그의 귀에 들리기 전에, 부엌 식탁에 저녁밥이 차려져 있는 것을 자시 보기 전에, 그는 무릎을 꿇고 고백하고 싶었다.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214-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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