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의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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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의 아버지와 그의 두 친구들이 지난날을 회고하며 축배를 들기 위해 세 개의 유리잔을 카운터에서 치켜드는 것을 보았다. 운명과 기질의 차이가 그 자신과 그들을 심연처럼 갈라놓고 있었다. 그의 마음이 그들의 마음보다 더 나이 들어 보였다. 달이 마치 자기보다 연소한 지구를 비추듯이 그의 마음은 그들의 갈등과 행복과 회한을 싸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활발한 생명력과 젊음이 그에게는 없었다. 그 동안 그는 다른 애들과 사귀는 즐거움이라든가, 야성적인 남성의 건강한 힘이라든가, 효심 따위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영혼 속에서는 차갑고 잔인하고 애정을 곁들이지 못한 욕정만이 격동하고 있었다. 그의 아동기는 죽었거나 상실되었고, 순박한 환희를 누릴 수 있는 영혼 또한 아동기와 함께 사라졌다. 그래서 그는 불모의 껍질로 남은 달처럼 되어 삶 속을 떠돌고 있었다.

 

그대의 얼굴이 창백함은

하늘을 오르며 땅을 굽어보며

외로이 떠도는 데 지쳤기 때문인가?

 

(1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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