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저편.도덕의 계보 책세상 니체전집 14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정현 옮김 / 책세상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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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의 구토

 

 "그러나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ㅡ "나도 모르겠어. 아마도 내 식탁 위로 새의 마녀 하르피아들Harptien이 날아간 것 같아" 라고 그는 주저하며 말했다. ㅡ 얌전하고 절도 있으며 조심스러워하는 사람이 갑자기 미친 듯이 접시를 때려부수고 식탁을 뒤집어엎고 고함을 지르고 미쳐 날뛰고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모욕을 주고 ㅡ 결국에는 부끄러워하면서 자신에 대해 분노하면서 그곳을 떠나는 일, 이런 일은 오늘날 때때로 일어난다. ㅡ 어디로 가는가? 무엇 때문에 가는가? 멀리 떨어져서 굶어 죽으려고? 자신의 기억으로 인해 질식하려고? ㅡ 고귀하고 까다로운 영혼의 욕구를 지니고 있지만, 자신의 식탁이 마련되고 자신의 식사가 준비된 것을 본 적이 드문 사람은, 어느 시대에나 그의 위험은 커질 것이다 : 그러나 오늘날 그 위험은 정상에서 지극히 벗어나 있다. 한솥밥을 함께 먹을 수 없는 소란스럽고 천민적 시대에 내던져져서, 그는 굶주림과 갈증 때문에, 또는 그가 마침내 어쩔 수 없이 음식에 '손을 댈' 경우에는 ㅡ 갑작스러운 구토 때문에 쉽게 파멸하게 될지도 모른다. ㅡ 우리 모두는 아마도 이미 우리에게 적합하지 않은 식탁에 앉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가운데 가장 정신적인 사람들, 이 부양하기 가장 어려운 자들은 우리의 음식과 식탁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순간적으로 통찰하고 환멸을 느끼면서 생겨나는 저 위험한 소화불량을 ㅡ 식후의 구토를 알고 있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제9장> 고귀함이란 무엇인가?, 28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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