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저편.도덕의 계보 책세상 니체전집 14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정현 옮김 / 책세상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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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들이 자랑스럽게 제시할 수 있는 세 가지

 

자의적이거나 의도하지 않은 온갖 취미의 독일화나 천박화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프랑스인들이 자신의 유산이나 소유물로, 그리고 유럽에 대한 옛 문화적 우월함의 없어지지 않은 증거로 자랑스럽게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가 있다 : 그 하나는 예술가적 정열을 지닐 수 있는 능력과 '형식'에 헌신할 수 있는 능력인데, 그것을 표시하기 위해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용어를 비롯하여 그 밖에 무수히 많은 다른 용어들이 창안되었다 : ㅡ 이와 같은 능력은 프랑스에서 지난 3세기 동안 결핍된 적이 없으며 '소수의 사람들'에 대한 경외심 덕분에 항상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도 다시 구할 수 있게 된 일종의 문학의 실내음악을 가능하게 했다 ㅡ. 프랑스인들이 유럽에 대한 우월함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두 번째 것은 그들의 오래되고 다양한 도덕주의적 문화다. 이것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신문의 하찮은 소설가나 우연히 마주친 파리의 한량들에게서조차 심리적인 자극이나 호기심을 찾게 하는데, 예를 들면 독일에서는 이에 대한 어떤 개념도 없다(하물며 그러한 사실이 있단 말인가!). 그러한 것을 찾기에는 도덕주의적 방식의 몇 세기가 독일인들에게는 결핍되어 있는데, 이미 말했듯이 프랑스는 그것을 찾는 노력을 아낀 적이 없다. 그 때문에 독일인을 '소박'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독일인의 결점을 칭찬하는 것이 된다. 또한 우월함을 주장하는 세 번째 요구가 있다 : 프랑스인들의 본질에는 반쯤 성공한 북방과 남방의 종합이 있어, 이것이 그들에게 영국인들이라면 결코 파악하지 못하는 많은 일을 이해하게 만들며 다른 일들을 행하도록 만든다. {프랑스인에게는} 주기적으로 남방으로 향하거나 등을 돌리는 기질이 있으며, 거기에는 때때로 프로방스나 리그리아해(海)의 피가 가득 넘쳐 흐르는데, 이 기질은 소름끼치는 북방의 잿빛 음울함과 햇빛을 받지 못하는 개념의 유령과 빈혈증에 그들이 빠지지 않도록 방지한다. ㅡ 즉 우리의 독일적인 취미의 병에 걸리지 않도록 방지하는데, 그 병이 널리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순간적으로 피와 철이라는 큰 결단으로, 말하자면 (나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게 했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아무것도 바랄 수 없는 위험한 치료법에 따라서 ㅡ) '큰 정책'이 처방되었던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프랑스에서는 어떤 조국애에서 만족을 찾기에는 그리고 북방에 있을 때는 남방을, 남방에 있을 때는 북방을 사랑할 줄 알기에는 너무 폭이 넓은, 아주 드물고 거의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 ㅡ 즉 타고난 내륙인과 '훌륭한 유럽인' ㅡ 에 대한 사전 이해와 호의가 있다.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비제Bizet는 음악을 만들었다. 새로운 아름다움과 매력을 보았던 이 마지막 천재는 한 장의 음악의 남방을 발견했던 것이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제8장 민족과 조국>, 25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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