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저편.도덕의 계보 책세상 니체전집 14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정현 옮김 / 책세상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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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무명의 행복과 슬픔에 탐닉했던 고상한 응석받이

 

저 평온한 대가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은 달랐다. 그는 좀더 경쾌하고 순수하고 행복한 영혼 덕분에 일찌감치 존경받았고, 이와 마찬가지로 독일 음악의 아름다운 우발적인 사건으로 잊혀지게 되는 것도 빨랐다. 그러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또 처음부터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던 슈만Robert Schumann의 경우 ㅡ 그는 하나의 유파를 세운 마지막 인물이었는데 ㅡ, 바로 이러한 슈만의 낭만주의가 극복되었다는 것은 오늘날 우리에게는 행운, 안도, 해방이 아닌가? 영혼이 '작지쉐 슈바이츠'로 도피해, 반쯤은 베르테르적인, 반쯤은 장 파울적인 천성을 가진 슈만은 확실히 베토벤적이지는 않았다! 확실히 바이런적이지도 않았다! ㅡ 그의 만프레트적 음악은 부당할 정도로 실패이며 오해이다. ㅡ 슈만은 근본적으로 작은 취향(즉 고요한 서정과 감정 도취에 이르고자 하는 위험한, 독일인에게는 이중으로 위험한 경향)을 가지고 언제나 옆에 물러서거나 수줍어 머뭇거리거나 움츠리고 있었으며, 오직 무명의 행복과 슬픔에 탐닉했던 고상한 응석받이였으며 일종의 소녀였고 처음부터 내게 손대지 말라는 식이었다 : 이러한 슈만은 이미 음악에서의 독일적인 사건일 뿐이지, 베토벤이 그랬듯이, 더 폭넓은 규모로 모차르트가 그랬듯이, 더 이상 유럽적인 사건은 아니었다. ㅡ 그와 더불어 독일 음악은 유럽 영혼을 위한 목소리를 상실하고 단순한 조국애로 전락하는 최대의 위험에 처해 있었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제8장 민족과 조국>, 24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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