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저편.도덕의 계보 책세상 니체전집 14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정현 옮김 / 책세상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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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맥주와 독일 음악과 결탁하여 전 유럽을 독일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괴테는, 피히테에 관해서는 장 파울이 옳다고 인정하긴 했어도, 독일인에 관해서는 아마도 장 파울과는 달리 생각했던 것 같다. 도대체 괴테는 독일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던 것일까? ㅡ 그러나 그는 자기 주변에서 일어난 많은 일에 관해 결코 명료하게 말한 적이 없으며 평생 미묘한 침묵을 지켜왔다. ㅡ 아마도 그는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괴테로 하여금 좀더 즐거운 마음으로 쳐다보게 만든 것, 그것은 '자유전쟁'도 아니었고 프랑스 혁명도 아니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ㅡ 그가 그 때문에 자신의 파우스트, 아니 '인간'이라는 전체적인 문제를 다시 생각하도록 한 사건은 나폴레옹의 출현이었다. 괴테의 말 가운데는 그가 마치 외국 태생인 것처럼 독일인들이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긴 것에 대해 성급하게 준열히 혹평하는 것이 있다 : 이 유명한 독일의 정서를 그는 언젠가 '타인과 자기 자신의 약점을 관용하는 것'으로 정의를 내린 적이 있다.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이 옳지 않은 것인가? ㅡ 독일인의 특징은 그들에 관해 무엇이라고 말하든 그것이 완전히 그릇된 일이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독일의 영혼은 여러 가지 통로와 샛길들을 자기 안에 가지고 있으며, 그 안에는 동굴들과 은식처와 성(城)의 지하감옥이 있다. 그 무질서는 신비스러운 것의 매력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다. 독일인은 혼돈에 이르는 샛길을 잘 알고 있다. 모든 사물이 자신의 비유를 사랑하듯이, 독일인은 구름을 사랑하고, 불명료하고 생성하고 있으며 어슴푸레하고 축축하고 가려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한다 : 즉 모든 종류의 불확실한 것, 형태가 갖추어지지 않은 것, 위치가 바뀌는 것, 성장하는 것을 독일인은 '깊다'고 느낀다. 독일인 자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생성 중이며, '발전해간다.' 따라서 '발전'은 철학 형식이라는 거대한 왕국에서의 진정한 독일적 발견이요, 성공작이었던 것이다 : ㅡ 이 주도적인 개념이야말로 독일 맥주와 독일 음악과 결탁하여 전 유럽을 독일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독일 영혼의 밑바닥에 있는 모순의 본성(이를 헤겔은 체계화하고, 마지막으로 리하르트 바그너는 다시 음악으로 작곡했다)이 그들에게 내어주는 수수께끼 앞에서 경악하면서도 매혹되고 있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제8장 민족과 조국>, 24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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