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저편.도덕의 계보 책세상 니체전집 14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정현 옮김 / 책세상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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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민주화는 본의 아니게 전제적 지배자를 길러내는 것을 준비하는 것

 

오늘날 유럽인의 특징으로 구하게 되는 것을 이제 '문명', '인간화' 또는 '진보'라고 불러보자. 칭찬하거나 비난하지 말고 정치적 문구를 빌려 이를 간단하게 유럽의 민주화 운동이라고 말해보자 : 이러한 문구로 표시되는 모든 도덕적·정치적 전경의 배후에는 점점 더 도도히 흐르려는 어떤 거대한 생리학적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ㅡ 이는 유럽인들이 닮아가는 과정이며, 풍토적으로나 신분상으로 제약된 인종을 발생시키는 여러 조건들에서 유럽인이 점차 해방되는 과정이며, 그들이 수세기 동안 동일한 요구를 심신에 새겨 넣고 싶어 했던 모든 특정 환경에서 점차 독립해간다는 것이다. ㅡ 그러므로 생리학적으로 말해, 최대의 적응술과 적응력이 전형적인 특징인 본질적으로 초국가적이고 유목민(노마드)적인 종류의 인간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생성되어가는 유럽인이라는 이 과정은 커다란 반동이 있어 속도가 지체될 수도 있지만, 아마 바로 이 때문에 격렬함과 깊이를 얻게 되고 이러한 것들은 증대 발전하게 될 것이다 ㅡ 지금도 여전히 미쳐 날뛰고 있는 '민족 감정'의 질풍노도도, 이와 마찬가지로 이제 막 나타나고 있는 무정부주의도 여기에 속한다 : 이 과정은 아마도 '현대적 이념'의 사도인 소박한 후원자나 찬양자가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대체로 인간이 평준화되고 평범화되는 ㅡ 유용하고 근면하며 다양하게 써먹을 수 있는 재주 있는 무리 동물적 인간이 형성되는 ㅡ 조건과 같은 새로운 조건들은 가장 위험하고 매력적인 성질을 지닌 예외적 인간을 발생시키는 데 대단히 적합하다. 즉 끊임없이 변화하는 조건들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각 세대마다 거의 매 십 년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적응력은 강력한 인간 유형을 전혀 만들지 못하게 한다. 그러한 미래의 유럽인에 관한 전체 인상이란 아마 그날 그날의 빵이 필요하듯 주인과 명령하는 자가 필요하며, 여러모로 수다스럽고 의지가 박약한 극히 재주 있는 노동자에 관한 인상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유럽의 민주화는 가장 미묘한 의미에서 노예 근성을 준비하는 인간 유형을 산출하는 데 이르게 된다. 이에 대해 개별적이고 예외적인 경우 강한 인간은 그의 교육이 편견 없이 이루어지고 엄청나게 다양한 훈련, 기술, 가면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아마 지금까지 이르렀던 것보다 더 강하고 풍부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었다 : 동시에 유럽의 민주화는 본의 아니게 전제적 지배자를 ㅡ 이 용어를 모든 의미에서, 또한 가장 정신적인 의미에서 이해한다면 ㅡ 길러내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 된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제8장 민족과 조국>, 24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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