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저편.도덕의 계보 책세상 니체전집 14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정현 옮김 / 책세상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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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매달리게 하는 기술

 

만일 그러한 고귀한 혈통을 지닌 개인이 높은 정신성으로 인해 은둔적이고 명상적인 생활에 기울어지고,(선택된 제자나 수도원의 수도사들에 대한) 가장 정교한 성질의 지배만을 남겨놓을 경우, 종교 자체는 조야한 지배의 소란스러움이나 노고를 벗어나 안정을 취하게 하고, 정치적인 모든 작업에 반드시 따라오게 마련인 더러움을 벗어나 순수하게 하는 수단으로조차 이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브라만 승려들은 이것을 알았던 것이다 : 종교 조직에 힘입어 그들은 왕을 임명할 권한을 백성에게 부여했지만, 그들 스스로는 좀더 높고 왕을 초월하는 과제를 지닌 인간으로 멀리 떨어져 밖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느꼈던 것이다. 그런 동안 종교는 지배받는 사람들의 일부에게도 언젠가 지배하고 명령하는 것을 준비하는 가르침과 기회를 준다. 즉 서서히 등장하는 계층과 신분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며, 그들 안에서는 행복한 결혼 풍습에 의해 의지의 힘과 즐거움과 자기 지배의 의지가 항상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 ㅡ그들에게 종교는 더 높은 정신성의 길을 가도록, 위대한 자기 극복, 침묵, 고독의 감정을 시험하는 충분한 자극과 유혹을 제공한다 : ㅡ 어떤 종족이 자신의 천민 출생을 극복하고 지배자가 되고자 하며, 언젠가 지배권을 획득하기에 이르고자 한다면, 금욕주의와 청교도주의Puritanismus는 거의 불가결한 교육 수단이고 향상의 수단이다. 마지막으로 평범한 사람들, 즉 봉사하고 일반적인 유용성을 위해 존재하며, 단지 그러한 한에서 존재할 만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종교란 자신의 상황과 천성에 무한한 만족과 다양한 마음의 평화, 복종의 고귀함과 자신과 같은 사람들과 함께 겪는 행복과 고통 이상을, 모든 일상이나 총체적인 영혼의 천박함이나 전체적인 반(反)동물적인 빈곤함을 변용하고 미화하며 정당화하는 무엇을 부여한다. 종교 그리고 삶에 대한 종교의 중요성은 이와 같이 항상 고통받는 인간들에게 태양빛을 주며, 그들 자신으로 하여금 자신의 모습을 견딜 수 있게 한다. 이는 마치 에피쿠로스 철학이 더 높은 지위에 있는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곤 했던 것처럼, 즐겁게 하고 순화시키며 마치 고통을 이용하는 것처럼 하면서, 마침내 아주 성화(聖化)하고 정당화시킨다. 아마 그리스도교나 불교에서 경건함에 의해 더 높은 사물의 가상적 질서로 들어가도록 가장 비천한 사람들을 가르치고, 그들이 참혹하게 사는 ㅡ 바로 이러한 참혹성이 필요한 것이다! ㅡ 현실의 질서에 만족하도록 하고 스스로 매달리게 하는 기술만큼 존중해야 할 것은 없을 것이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제3장> 종교적인 것, 제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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