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저편.도덕의 계보 책세상 니체전집 14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정현 옮김 / 책세상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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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사유 자체에 의해 만들어진 종합에 불과한 것이 아닌지

 

도대체 현대 철학 전체는 근본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데카르트 이래 ㅡ 사실은 그의 선례에 근거를 두기보다는 그에 대한 반항에서 ㅡ 사람들은 모든 철학자의 입장에서 주어 개념과 술어 개념의 비판이라는 외형적인 모습 아래 낡은 영혼 개념을 암살하고 있다. ㅡ 다시 말해 이는 그리스도교 교리의 근본 전제를 암살하는 것이다. 인식론적인 회의에서 출발한 현대 철학은 숨겨져 있든 드러나 있든, 반(反)그리스도교적이다 :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예민한 귀를 가진 사람을 위해 말하자면, 이는 결코 반종교적인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문법과 문법적인 주어를 믿었듯이, 이전에는 '영혼'이라는 것을 믿었다 : 사람들이 말하기를, '나'는 제약하는 것이요, '생각한다'는 술어이자 제약되는 것이다. ㅡ 사유는 하나의 활동이며, 그것에는 반드시 원인으로 하나의 주어가 있다고 생각해야만 한다. 이제 사람들은 놀라울 정도의 집요함과 간계로 이러한 그물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가를 시도하고 있다. ㅡ 아니면 아마도 그 반대의 경우가 참은 아닐까, 즉 '생각한다'는 것이 제약하는 것이요, '나'는 제약되는 것이 아닐까, 즉 '나'란 사유 자체에 의해 만들어진 종합에 불과한 것이 아닌지를 시험해본다. 칸트는 근본적으로 주체에게서 주체가 증명될 수 없음을 입증하고자 했다. ㅡ 또한 객체도 증명될 수 없다 : 주체라고 하는 가상적 존재의 가능성, 즉 '영혼'이 그에게 항상 낯선 것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제3장> 종교적인 것, 제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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