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저편.도덕의 계보 책세상 니체전집 14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정현 옮김 / 책세상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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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유럽의 양심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파렴치

 

신의 정의에 대해 말하고 있는 유대인의 《구약성서Altes Testament》안에는 거대한 양식의 인간과 사물, 말이 존재하는데, 그리스와 인도의 문헌에는 그에 비견할 만한 것이 없다. 우리는 일찍이 존재했던 인간 자취의 이러한 엄청난 유물 앞에서 공포와 외경을 느낀다. 그리고 이때 고대 아시아를 생각하고, 아시아에 비해 철저히 '인간의 진보'라고 해석하고 싶은, 아시아에서 돌출된 반도 유럽을 생각하면 슬픈 생각이 든다. 물론 유약하고 온순한 가축에 불과하며 가축 정도의 욕구만 아는 사람은(오늘날의 교양인들과 마찬가지로, '교양 있는' 그리스도교인들을 덧붙일 수 있다 ㅡ ), 저 폐허 아래서도 놀라지 않으며 슬퍼하지도 않는다. ㅡ 구약성서에 대한 취향은 '위대함'과 '왜소함'을 판단하는 시금석이다 ㅡ : 아마 이러한 인간은 은총의 책 신약성서를 언제나 더 자신의 마음에 맞는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신약성서에는 매우 애정이 깊지만 둔감한 거짓 신자의 냄새와 소인(小人)의 냄새가 많이 들어 있다). 어떤 시각에서 보더라도 일종의 로코코적 취향인 이러한 신약성서를 구약성서와 더불어 묶어 하나의 책으로, '성서'로, '책 자체'로 만들어버렸다는 것 : 이것은 아마 문학적 유럽의 양심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파렴치이며 '정신에 반하는 죄'일 것이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제3장> 종교적인 것, 제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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