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저편.도덕의 계보 책세상 니체전집 14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정현 옮김 / 책세상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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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한다는 것은 일종의 최고 수준의 격세 유전

 

개개의 철학적인 개념은 자의적이지도 않고 스스로 성장하는 것도 아니며, 상호 간의 관계와 유사성 속에서 성장한다. 그것이 겉보기에는 사유의 역사에서도 갑자기 임의로 등장하는 것 같아도, 대지의 동물군이 전체의 계통에 속하는 것처럼 하나의 체계에 속한다. 이러한 사실은 마침내 서로 극히 다른 철학자들도 항상 철학함의 가능성이라는 어떤 근본 구도를 되풀이해서 확실하게 충족시켜 왔다는 사실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힘에 사로잡혀 매번 또다시 새롭게 동일한 순환 궤도를 달린다 : 그들은 여전히 비판적이거나 체계적인 의지 때문에 서로 독립적이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 그들 안에 있는 그 무엇이 그들을 이끌어가고, 그 무엇, 즉 바로 저 개념들의 생득적인 체계와 유사성이 그것을 일정한 질서 속으로 차례로 몰아간다. 사실 그들의 사유는 발견이 아니며, 오히려 재인식이고 재기억이며, 언젠가 저 개념들이 발생한 먼 태곳적 영혼의 총체적인 세대로 회귀하는 것이며 귀향하는 것이다 : ㅡ 이러한 점에서 철학한다는 것은 일종의 최고 수준의 격세유전(隔世遺傳)이다.

 

니체, 『선악의 저편』, <제1장> 철학자들의 편견에 대하여, 제2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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