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실용적 목록과 시적 목록 교환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예는 프랑스 국립 도서관이나 워싱턴의 의회 도서관 같은 거대한 도서관의 카탈로그이다. 그것들의 목적은 확실히 실용적이지만 그 모든 책 제목을 읽고자 하고, 그것들을 무슨 호칭 기도처럼 중얼거리고자 하는 애서가라면 자신이 처한 상황이 호메로스가 전사들을 마주했을 때의 그 상황과 똑같음을 발견할 것이다. 어쨌거나 그런 상황은,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테오프라스토스 전기』, 42∼50)가 끌어낸 테오프라스토스의 저작 카탈로그를 읽을 때 일어난다. 여기서 (그 대부분이 사라진) 책들의 제목은 우리에게 하나의 목록이라기보다 주문(呪文)처럼 다가온다. 라블레가 생 빅토르 수도원에 보관된 장서 카탈로그를 지어 낼 때 생각했던 것도 아마 바로 이런 식의 끝없는 목록이었을 것이다. 명백하게 실용적인 라블레의 목록은 그럼에도 시적이다. 왜냐하면 그 책들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고, 우리에게 동물적 야만의 무한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기이한 책 제목들인지 아니면 그 목록의 크기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 목록에 대한 취향은 세르반테스부터 위스망스, 칼비노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가들을 매혹시켜 왔다. 더욱이 애서가들이 고서점의 카탈로그(확실히 실용적 목록으로 만들어진)를 무릉도원이나 욕망의 땅에 대한 황홀한 묘사처럼 읽는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쥘 베른의 독자들이 고요한 심해 탐험이나 무시무시한 바다 괴물과의 조우에서 즐거움을 얻듯이, 그들은 책 목록에서 즐거움을 얻는다.(376∼377쪽)

 

 - 움베르토 에고, 『궁극의 리스트』, <20. 실용적 목록과 시적 목록의 교환> 중에서

 

 * * *

 

이 일이 있고 나서 팡타그뤼엘은 일행들과 파리로 갔다. 그가 도착했을 때 모든 사람들이 그를 보러 밖으로 나왔다. 여러분이 알다시피 파리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더할 나위 없는 바보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단히 경탄하며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의 아버지가 자기 암말의 목에 달아주려고 노트르담 성당의 종을 가져갔던 것처럼, 궁성을 다른 곳, 어떤 외진 지역으로 옮기지나 않을까 하는 큰 두려움도 없지 않았다. 그는 얼마 동안 그곳에 머무르며 일곱 가지 교양과목 모두를 열심히 공부한 다음 파리가 살기에는 좋지만 죽기에는 좋은 도시가 아니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생 지노상 묘지에 사는 거지들이 죽은 사람들의 뼈를 태워 엉덩이를 덥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특히 생 빅토르 도서관에서 찾은 몇몇 책들 때문에 그곳이 대단히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목록은 다음과 같다.

 

 

구원의 막대,

법률의 앞주머니,

교회법의 실내화,

악덕의 석류,

신학의 실꾸러미,

튀르뤼팽이 쓴 설교자들의 깃털 먼지떨이,

용자(勇者)들의 코끼리 불알,

주교들의 사리풀,

오르벨리스의 주석이 첨부된 마르모트레의 비비(狒)와 원숭이,

화류계 여성들의 옷차림에 대한 파리 대학의 시행령,

해산 중인 푸아시의 수녀에게 나타난 성녀 제르트뤼드,

오르투이누스 선생 저, 모임에서 정직하게 방귀 뀌는 법,

고행을 행하는 겨자 장수,

가죽 각반, 일명 인내의 장화,

기예의 소굴,

도미니크파의 실베스트르 드 프리에리오 저, 수프의 사용법과 정직한 음주법,

법정에서 기만당한 자,

공증인들의 속임수,

결혼의 보따리,

명상의 도가니,

법률의 객설,

포도주의 자극,

치즈의 박차,

사들 때 벗기는 솔,

타르타레 저, 대변 배설법,

로마의 축제행렬,

브리코 저, 수프의 다양성,

규율의 밑바닥,

겸손의 신발,

건전한 배를 가진 배불뚝이,

고결함의 냄비,

고해사들의 장애,

사제들의 과자,

바바르드리 관구의 뤼뱅 신부님 저, 비계 식사법, 3권,

대리석 박사 파스키노 저, 교회가 금지한 교황절 기간에 아티초크를 곁들인 염소 고기를 먹는 법,

사기단이 공연한 등장인물 여섯이 나오는 신비극, 성스러운 십자가의 제조,

로마 순례자들의 안경,

마요리스 저, 순대 제조법,

고위 성직자들의 풍적(風笛),

베다 저, 내장 요리의 탁월함,

현물 대납 제도 개혁에 대한 변호사들의 청원,

소송대리인들의 소동,

주석을 첨부한, 비계를 넣은 완두콩,

면죄부의 잡다한 이점,

쌍방 법률에 정통한 필로 라클드니에 박사 저, 아쿠르시오 주석의 어리석음에 대한 처방, 명백하고 확실한 재론,

자유사수 바뇰레의 전술,

갱도병 테보가 등장하는 병법론,

숫말과 암말의 박피법과 효용성, 저자 우리의 스승 케베퀴 선생,

하급 성직자들의 소박한 음식,

우리의 스승 로스톡의 암노새 다리(Rostocostojambedanesse) 저, 보리옹 선생의 각주가 첨부된, 식사 후 겨자의 용법, 14권,

성직 재판관들이 제공하는 선물,

콘스탄츠 공의회에서 10주 동안 논의된 미묘한 문제, 허공 속에서 포효하는 키메라가 2차적 의도를 먹을 수 있는가?

변호사들의 탐욕,

스코투스의 실수,

추기경들의 박쥐 날개 모양의 관(冠),

알베리쿠스 드 로사타 선생 저, 박차 제거법, 11 곱하기 10장,

상동, 두발의 군사적 점령, 3권,

앙투안 드 레브의 브라질 상륙,

마르포리우스, 학사 겸 로마 장학생 저, 추기경들의 암노새들을 세척하고 염색하는 방법,

교황의 암노새는 기분 내키는 때만 먹는다고 주장한 자들을 반박한 상기인의 변론,

우리의 스승 몽상가 선생이 제공한 '실비우스 트리크비유'라는 서두로 시작되는 예언,

부다랭 주교 저, 젖짜기의 효용성, 9일 기도 9회와 3년간 한시적인 교황의 윤허가 부여됨,

숫처녀들의 교태,

과부들의 껍질 까진 엉덩이,

수도사들의 두건,

셀레스틴회 사제들의 형식적인 기도,

탁발 수도회의 통행세 징수,

천민들의 이 부딪치는 소리,

신학자들의 함정,

문예학사들의 나팔 구멍,

첫 삭발례를 받은 오캄의 문하생들,

프리프소스 선생 저, 교회법에 따른 기도시간에 관한 자세한 연구, 40권,

작자 불명의 동업자 조합의 전복,

대식가들의 공동(空洞),

이니고 형제가 장엄하게 찬송한 에스파냐인들의 악취,

빈민들의 구충제,

이탈리아 식 소송사건의 융통성, 저자 브륄페르 선생,

레몽 륄, 군주들의 오락,

저자 이단 심판관 야콥 호히슈트라텐 선생, 위선의 보지,

쇼큐이용 저, 현재와 미래의 신학박사들에 관한 음주론, 매우 우아한 책, 8권,

레기스 편저, 교황의 교서집필 담당자, 필경사,ㅡ 서기, 서신집필 담당자, 문서보관 담당자와 비서관들,

통풍 환자와 매독 환자들을 위한 항구적 연감,

에크 선생 저, 화덕 소제법,

상인들의 끈,

수도원 생활의 안락함,

편협한 신자들의 잡탕 요리,

장난꾸러기 요괴 이야기,

낭비벽이 있는 자들의 빈곤,

종교재판소 판사들의 어리석은 속임수,

재무관들의 삼 부스러기,

궤변론자들의 농담,

성가신 자들의 양면적 의미에 관한 토론(Antipericatametanaparbeugedamphicribrationes merdicantium),

엉터리 시인들의 달팽이,

연금술사들의 실험,

세라티스 형제 저, 연보 모금하는 성직자들의 주사위 놀이,

종교의 속박,

종치기의 막대,

노년의 팔걸이,

귀족의 입마개,

원숭이의 주기도문,

신앙심의 사슬,

사계제일(四季齋日)의 냄비,

정치적 인생의 법모,

은자들의 파리채,

고해신부들의 두건,

방탕한 수도사들의 유희,

루르도 저, 멋쟁이들의 생활과 정직성에 관해서,

뤼폴드 선생 저, 소르본 신학자들의 박사모에 대한 윤리적 해석,

여행자들의 잡동사니,

술꾼 주교들의 물약,

로이힐린의 반대파 쾰른 박사들의 소동,

귀부인들의 방울종,

똥싸개들의 밑이 뚫린 반바지,

피에드비유 형제 저, 정구 경기 조수들의 회전,

진정한 용기의 군화,

장난꾸러기 요정과 꼬마 악마들의 가장 무도회,

제르송 저, 교회의 교황 폐위권,

작위와 학위 소지자들의 썰매,

요한 디트브로디우스 저, 파문의 가혹함, 표제가 없는 책,

귄골푸스 저, 남녀 악마 소환법,

영속적 기도의 잡탕 요리,

이단자들의 무어 식 춤,

가에탕의 목발,

지품(智品) 천사 박사 무이유그룅저, 위선자들의 기원과 거짓 신앙가들의 의식에 관해서, 7권,

기름때 묻은 번쩍이는 성무일과서, 69권,

다섯 탁발 수도회의 뚱뚱한 배,

앙겔루스의 『전서』에 삽입된 『황갈색 장화』에서 발췌한 부랑자들의 모피,

양심 문제의 몽상가,

재판장들의 뚱뚱한 배,

신부들의 당나귀 자지,

쿠튀리에 저, 저자를 사기꾼이라고 부른 자에 대한 반론과 교회가 사기꾼을 벌하지 않는 문제에 관한 논의,

의사들의 변소,

점성술의 굴뚝소제부,

S. C. 저, 관장의 영역,

약제사들의 관장약,

외과적 관장술,

유스티니아누스 저, 위선자 제거법,

영혼의 해독제,

메를랭 코카이 저, 악마의 나라

 

이 책들 중에 몇 권은 이미 인쇄되었고, 나머지는 지금 고상한 도시 튀빙겐에서 인쇄중이다.

(307∼317쪽)

 

일러두기

 - 이탤릭체로 표시된 부분은 원서에서 프랑스어 외의 라틴어를 비롯한 외국어 표기임

 - 위 인용문에 딸린 역자의 방대한 주석(104번∼151번)은 분량상 생략함

 

 - 프랑스아 라블레, 『가르강튀아 · 팡타그뤼엘』, <제7장 팡타그뤼엘이 어떻게 파리로 갔는가, 그리고 생 빅토르 도서관의 훌륭한 장서에 관해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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