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코스의 모랄리아 : 교육.윤리 편
허승일 옮김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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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철학은 모든 교육의 머리이자 간판

 

그러나 무엇보다도 철학을 제일 중요시해야 하네. 비유로 내 의견을 분명하게 말해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많은 도시를 여행하고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도시를 골라 거주하는 것이 유익하네. 여기, 철학자 비온의 재치 있는 말도 있지. 구혼자들이 페넬로페에게 접근할 수 없으니까 그녀의 시녀들과 사귀었듯이, 철학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 역시 아무 가치도 없는 다른 부류의 교육을 받는 데 정력을 소모한다고 말일세. 그러므로 철학을, 말하자면 모든 교육의 머리이자 간판으로 삼을 필요가 있네.

 

신체를 돌보는 문제에 관한 한, 사람들은 의학과 체육학의 두 가지 학문을 찾아냈네. 의학은 몸에 건강을 심어 주고, 체육학은 몸에 튼튼함을 심어 주지. 그러나 마음의 병에는 철학만이 치료약이네. 그 까닭은 철학을 통하고 철학과 함께 해야 명예로운 것과 수치스러운 것, 정의로운 것과 부정한 것, 간단히 말해 선택해야 할 것과 피해야 할 것에 관한 지식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네. 그리고 인간이 신, 부모, 웃어른, 법, 낯선 사람, 관청 당국자, 친구, 부인, 아이 하인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관한 지식에도 도달할 수 있네. 다시 말하면, 누구나 신들을 경배해야 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웃어른들을 존경하고, 법에 복종하며, 관리들에게 순종하고, 친구들을 사랑하며, 부인들을 공손하게 대하고, 아이들에게는 애정을 품으며, 노예들에게 위압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지식이지. 그러나 이 모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할 때 지나치게 기뻐하지 말고 불행할 때 지나치게 상심하지 말며, 더욱이 쾌락으로 방탕하지 말고, 성질을 부려 충동적이고 야비한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네.

 

이것들을 나는 철학에서 생기는 모든 이점 중에서 으뜸가는 것으로 간주하네. 번영할 때 관대한 마음을 품는 것이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여주고, 게다가 시샘을 품지 않는 것이 수양을 쌓은 본성을 보여주는 것이지. 이성으로 쾌락을 억제하는 것이 지혜로운 사람의 표징인데, 모든 사람이 다 자기 정욕을 억누르지는 못하지. 그러나 나는 가능한 한 철학과 정치적 능력을 결합해 혼합시킬 수 있는 사람들을 완벽한 사람들로 간주하네. 그리고 나는 최대(最大)의 선(善)인 다음 두 가지, 즉 공적인 지위에 있을 때 세상에 유익함을 주는 삶, 그리고 철학을 추구하는 가운데 조용하고 아무 번민도 하지 않고 사는 삶, 이 두 가지를 소유할 때 이것들이 확고해진다는 생각으로 기울고 있네.

 

삶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지. 첫째는 실천적 삶, 둘째는 명상적인 삶, 셋째는 향락적 삶이지. 방탕하며 쾌락에 빠진 향락적 삶은 동물적이고 비천하지만, 실천이 없는 명상적 삶은 유익하지 않네. 그런데 철학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실천적 삶은 세련미나 멋이 없지. 그러니까 누구나 가급적이면 공직 생활에도 참여하고 기회가 주어지는 한 철학을 잡아 두도록 노력해야 하네.

 

 - 플루타르코스, 『플루타르코스의 모랄리아』, <자유인의 자식은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 중에서

 

 

철학도 역시 똑같다네

 

더욱이, 읽고 쓰기를 배울 때, 또는 음악 학습이나 체육 훈련을 할 때에는 첫 수업이 많은 혼란을 겪게 하고 힘들며, 그리고 불확실성이 따르게 되네. 그러나 이것은 인간관계에서도 똑같이 둘 사이가 충분히 친숙하게 되고, 이해 덕분에 모든 게 매력적이고 타당하게 되면, 말하고 행동하는 것 둘 다가 쉬워지네. 철학도 역시 똑같다네. 철학은 확실히 처음 접할 때에는 철학의 용어와 주제가 무언가 낯설고 난해하지만, 시작부터 겁내 비겁하게 포기해서는 안 되네. 오히려 요점 하나하나를 검토하고 일이 잘 진행되도록 매달리고 기다리다 보면, 숙지도가 생겨서 고생한 모든 일이 기쁨이 된다네. 그것은 오래 지체하지 않고 곧 와서 학습 주제에 풍부한 빛을 던져줄 것이고 또 덕을 사랑하는 열정을 고취할 것이네. 이런 열정 없이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주제넘은 사람이거나 비겁자로 낙인찍힐 것이니, 그는 진정한 남자다운 남자를 원하는 철학을 스스로 멀리했기 때문이네.

 

철학의 주제가 나이 어리고 경험 없는 학생들이 처음 접하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를 포함하고 있음은 꽤 있을 수 있는 일이지.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자신들이 말려든 것을 알게 된 대부분의 의심과 오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마땅한데, 아주 정반대되는 성격의 사람들도 똑같은 오류에 빠지기 때문이네. 어떤 학생들은, 수치감과 강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욕망 때문에 질문하거나 자기들 머릿속에 확고히 잡힌 논쟁 문제를 제기하기를 주저하지. 그러고는 마치 다 이해한 듯이 동의의 표시로 머리를 끄덕인다네. 또 다른 학생들은 어떤가? 불순한 야망과 동료 학생들과의 공허한 경쟁심에 이끌려, 자기들의 명민함과 쉽게 학습하는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의미를 파악하기도 전에 파악했다고 공언하지. 실제로는 그것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으면서도 말이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 강의 듣기를 마친 후에, 저 겸양의 침묵을 지켰던 사람들은 자신의 어려운 문제를 두고 노심초사하다가 결국 필요에 의해 이번에는 더 큰 수치심을 안고 전에 이미 물었어야 할 질문들을 강의자들에게 애써 묻고서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네. 그러나 야심만만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젊은이들은, 끝내 자신 속에 깃들고 있는 무지를 덮고 감추기 위해 항상 애쓰고 있지.

 

따라서 우리는 우리에게서 이런 모든 어리석음과 가식을 털어버리고 배움의 길로 나서 유익한 모든 강의를 철저히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인내심을 갖고 클레안테스와 크세노크라테스가 그랬던 것처럼 똑똑하기로 이름난 이들의 웃음을 받아들여야 하네. 이 두 사람은 비록 그들의 학교 동창들보다는 속도가 느린 것처럼 보였지만, 절망해서 학습을 피하거나 포기하지 않았지. 그러고는 그들은 처음에 자신들을 목이 좁은 병과 동판에 비유해 농담을 하기도 했네. 강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데는 아주 힘들었지만, 그것을 안전하고 확실하게 보관했다고 말이네.

 

 - 플루타르코스, 『플루타르코스의 모랄리아』, <철학자들의 강의는 어떻게 들어야 하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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