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가장 정선된 귀를 가진 자들에게 한마디

 

 ㅡ 가장 정선된 귀를 가진 자들에게 한마디 더 하겠다 : 내가 음악에 진정 무엇을 바라는지에 대해. 나는 음악이 10월의 오후처럼 청명하고 깊이 있기를 바란다. 음악이 개성 있고 자유분방하며 부드럽기를, 비열과 기품을 모두 갖춘 달콤한 어린 여자이기를 바란다 ······ 음악이 무엇인지를 독일인이 알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독일 음악가라고 불리는 자들, 특히 가장 위대한 음악가들은 외국인들이다. 슬라브인, 크로아티아인, 이탈리아인, 네덜란드인이며 ㅡ 아니면 유대인이다 ; 그렇지 않으면 하인리히 쉬츠, 바흐, 헨델과 같은 이미 소멸되어버린 강한 종족의 피가 흐르는 독일인이다. 나 스스로도 언제나 쇼팽을 위해서라면 나머지 음악들은 다 포기할 정도인 폴란드인이다 : 세 가지 이유 때문에 바그너의 지크프리트-목가는 예외로 한다. 그리고 그 고귀한 오케스트라적 악센트가 모든 음악가보다 앞서는 리스트도 예외로 한다 ; 마지막으로 알프스 너머에서 성장한 모든 것도 ㅡ 말하자면 지금 내가 있는 이쪽에서 성장한 모든 것도 예외로 한다 ······ 나는 로시니 없이 지낼 수는 없다. 음악에서의 나의 남쪽, 즉 내 베네치아의 거장인 피에트로 가스티의 음악 없이는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내가 알프스 너머라고 말할 때는, 나는 진정 베네치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을 표현할 다른 단어를 찾아보면, 나는 언제나 베네치아라는 단어를 발견하게 된다. 나는 눈물과 음악을 구별할 수 없다. 나는 행복과 남쪽을 공포의 전율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 니체, 『이 사람을 보라』,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한지>, 제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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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그어주어야만 하는 성냥개비였던 것

 

또 다른 현명함과 자기 방어는 가능한 한 드물게 반응한다는 것, 그리고 자기의 '자유'를, 자기의 주도권을 말하자면 떼어내어 한갓 시약으로 만들어버리게 하는 상태와 조건들을 피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비유로 서적을 대하는 법을 들어보겠다. 근본적으로 서적을 그냥 '뒤적거리는' 학자는 ㅡ 하루에 대략 200권 정도가 적당하다고 하는 문헌학자 ㅡ 결국에는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완전히 상실해 버리고 만다. 책을 뒤적거리지 않으면, 그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가 생각할 때는, 특정 자극에(ㅡ읽은 생각들에) 응답하는 것이다 ㅡ 결국 그는 반응만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학자는 자기의 전 힘을 기존의 사고들을 긍정하거나 부정하거나 비판하는 데에 다 쏟아붓는다 ㅡ 스스로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 자기 방어 본능이 그에게서는 약할 대로 약해져버리고 만다 ; 그렇지 않다면 그는 책들에 저항할 것이다. 학자 ㅡ 일종의 데카당. ㅡ 나는 내 눈으로 보았다 : 천부적 소질을 지니고 있고, 풍부하며 자유롭게 태어난 본성의 소유자들이 30대에 이미 '망쳐질 정도로 독서'했던 것을. 불꽃을 일으키기 위해서 ㅡ '생각'을 주기 위해서 ㅡ 누군가가 그어주어야만 하는 성냥개비였던 것을. ㅡ 아침 일찍 날이 밝을 때, 모든 것이 신선할 때, 자기 자신의 힘이 아침놀을 맞을 때, 한 권을 읽는다는 것 ㅡ 이것을 나는 못된 습관이라고 부른다! ㅡ ㅡ

 

 - 니체, 『이 사람을 보라』,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한지>, 제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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