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 책세상 니체전집 2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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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앞발을 뒤로 물려라!

 

끝으로, 우리는 이미 약속한 문체 견본의 모음을 우리의 고전적 산문 작가에게 제시하고자 한다. 쇼펜하우어라면 아마 이것에 완전히 일반적인 제목을 붙였을 것이다. "지금 시대의 룸펜 언어에 대한 새로운 예문들." 왜냐하면 우리는 다비드 슈트라우스를 위로하기 위하여, 만약 그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온 세상 사람들은 그처럼 글을 쓰고 있으며, 일부는 그보다 훨씬 더 형편없이 쓰고 있다는 것과 장님들 사이에서는 애꾸라도 왕이 된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가 그에게 한쪽 눈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 참으로 많은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은 슈트라우스가 모든 독일어 파괴자 중에서 가장 무도한 헤겔주의자들과 불구인 그 후계자들처럼 글을 쓰지는 않기 때문이다. 슈트라우스는 적어도 이 수렁에서 다시 빠져나오려고 했고, 일부분은 이미 빠져나왔지만 단단히 땅 위에 서 있으려면 아직 멀었다. 사람들은 그가 청년 시절에 헤겔적으로 말을 더듬었다는 사실을 눈치 챈다. 당시 그의 몸 안에서 무엇인가가 탐구되었고, 어떤 근육이 늘어났다. 당시에 그의 귀는 북소리를 듣고 자라난 아이의 귀 같이 둔감해져서 예술적으로 부드럽고 강력한 음향의 법칙들을 다시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좋은 본보기를 따라 엄격한 훈련을 통해 교육 받은 저술가는 바로 이 법칙들의 지배를 받고 살아간다. 이로써 그는 문장가로서 최고 재산을 모두 상실했고, 일생 동안 신문의 문체라는 불모의 위험한 유사(流沙) 위에 앉아 있도록 선고 받았다 ㅡ 만약 그가 헤겔적 진창에 다시 빠져들기를 원치 않는다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현재 몇 시간 동안 유명해졌고, 어쩌면 사람들은 그가 명사였다는 사실을 차후 몇 시간 동안 알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에 밤이 찾아오고, 밤과 함께 망각이 찾아온다. 또한 우리가 그의 문체상의 죄를 블랙리스트에 기록하는 이 순간 이미 그의 명성은 쇠잔하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독일어에 죄를 범한 자는 우리가 가진 모든 독일적 특성의 신비를 모독했기 때문이다. 독일적 특성만이 온갖 민족의 혼합과 변천을 관통하여 스스로와 독일 정신을, 마치 형이상학적 마법을 통해 그렇게 한 것처럼, 구원해냈다. 만약 독일적 특성 자체가 현재의 독신(瀆神)적인 수법으로 몰락하지 않는다면, 이 정신을 미래에도 보장할 것이다. "그러나 신들이 더 좋은 것을 보내주리라. 가라, 피부가 두꺼운 둔감한 짐승아, 가라! 바로 이것이,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했고, 위대한 시인이 노래를 했고, 위대한 사상가가 글을 썼던, 독일어다. 앞발을 뒤로 물려라!" ㅡ

 

- 『반시대적 고찰 Ⅰ』, <다비드 슈트라우스, 고백자와 저술가>, 1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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