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 책세상 니체전집 2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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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영혼이 없는 단어의 모자이크

 

여기서 사용되는 독일어는 똑같은 표현법과 똑같은 낱말들의 끊임없는 빗방울이 되어 독일인의 귀에 새겨진다. 그리고 독일인은 피곤한 정신이 더 이상 저항할 생각이 없는 시간에 대개 이런 것들을 읽기 때문에, 그의 언어 청각은 점차 이 일상 독일어에 길들게 되며, 부득이한 경우 그것이 없으면 고통을 느낀다. 그러나 저 신문 제작자들은 자신들의 작업에 맞게 이 신문 언어의 점액에 가장 잘 익숙해져 있다. 그들은 가장 본질적인 의미에서 모든 취향을 상실했으며, 그들의 혀는 기껏해야 완전히 부패한 것과 자의적인 것에서 일종의 만족을 느낄 뿐이다. 저 일반적인 쇠약과 질병에도 불구하고 언어적 오류가 새롭게 고안될 때마다 즉시 그것에 입을 맞추는 전원 합창은 바로 이런 사실로부터 설명된다. 즉, 그들이 임금 노동자들에게 초래한 엄청난 지루함 때문에 그토록 뻔뻔스러운 부패로서 언어에 대해 복수를 하는 것이다. "독일 국민에게" 고한 베르톨트 아우어바흐Berthold Auerbach의 격문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 격문에서는 모든 표현이 비독일적으로 비뚤어지고 날조되었으며, 이 격문은 전체적으로 국제적 문장 구조를 갖추었지만 영혼이 없는 단어의 모자이크와 같았다. 에두아르트 드브리안Eduard Devrient이 멘델스존을 기념하는 축사에서 사용했던 오물 독일어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므로 언어적 오류는 ㅡ 이 점이 주목할 만한 것이다 ㅡ 우리의 속물에게는 결코 불쾌한 것이 아니고, 초목이 자라지 않는 일상 독일어의 황야에서 매력적인 청량제로 간주된다. 그러나 그에게 불쾌한 것은 진실로 생산적인 것이다. 가장 현대적인 모범적 저술가에게는 자신의 완전히 비비 꼬이고 허황된 혹은 가닥이 완전히 풀린 문장 구조, 즉 그의 우스꽝스러운 신조어가 검사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공적으로서, 자극제로서 평가된다. 그런데 쇼펜하우어가 말한 바 있는 "현재의 글쓰기 방식이라는 어젯밤에 부화된 괴물"을 파헤쳐가듯이 그토록 진지하고 끈질게게 일상적 표현 방식을 피해 가는 특색 있는 문장가에게는 화가 있을 것이다. 무미건조한 것, 이용할 대로 이용한 것, 무력한 것, 비속한 것이 규칙으로, 나쁜 것, 부패한 것이 매력 있는 예외로 받아들여진다면, 힘센 것, 비상한 것, 아름다운 것은 평판이 나빠진다. 그리하여 독일에서는 끊임없이 교육을 잘 받은 여행자의 이야기가 반복된다. 이 여행자는 곱사등이의 나라로 왔는데, 그곳에서 그는 이른바 기형과 등의 결함 때문에 어디서나 매우 굴욕적인 조롱을 당했다. 마침내 한 사제가 그를 돌보면서 민중에게 이렇게 설교했다. 이 가련한 낯선 사람을 위하여 오히려 슬퍼하라고, 그리고 신들에게 이 당당한 고깃덩어리로 그대들을 장식해준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희생을 바치라고.

 

 

- 『반시대적 고찰 Ⅰ』, <다비드 슈트라우스, 고백자와 저술가>, 1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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