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의 현실적 경험과 인간에 대한 근원적 통찰의 결여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슈트라우스의 책처럼 그토록 피상적인 책들이 학자 신분의 현 문화 수준을 만족시킨다고 생각해도 된다면, 우리는 학자 신분이 야만의 방향으로 이미 무섭게 전진했음을 보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바로 이 책에서 저 불쾌한 휴식의 욕구를 발견하고, 또 철학과 문화와 무릇 실존의 모든 진지함 사이에서 어설픈 주의력으로 귀를 기울이는 저 타협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대화가 그쳤을 때 단지 피로에 관하여,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고 갖고 싶은 오락의 기쁨에 관하여, 쥐어뜯듯 얻어낸 기억에 관하여, 상관없는 삶의 경험에 관하여 증언하는 학자 신분의 회합을 상기하게 된다. 슈트라우스가 삶의 문제에 관해 하는 말을 들으면, 그것이 결혼 문제에 대해서든 전쟁 혹은 사형 제도에 대해서든, 그는 일체의 현실적 경험과 인간에 대한 근원적 통찰의 결여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모든 판단은 마치 책처럼 획일적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신문과 그대로 일치하기까지 한다. 문학적 회상들은 현실적 착상과 통찰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고, 표현 방식에서 나타나는 짐짓 꾸민 듯한 절제와 노련함은 우리에게 지혜의 결여와 사유적 원숙함의 결여를 보충하려 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대도시에서 떠들썩함에 둘러싸여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독일 학문의 정신에 어쩌면 그렇게 정확하게 부합하는가. 이 정신은 저 정신에게 얼마나 호의적으로 말하고 있는가.
- 『반시대적 고찰 Ⅰ』, <다비드 슈트라우스, 고백자와 저술가>, 8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