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과 구더기
송장은 구더기에게 멋진 생각이고, 구더기는 모든 생명체에게 끔찍한 생각이다. 구더기들은 비만한 몸 속에서 천국을 꿈꾸고, 철학 교수들은 쇼펜하우어의 창자를 파헤치는 일에서 천국을 꿈꾼다. 설치류의 동물들이 존재하는 한, 설치류의 천국 또한 존재했다. 이로써 우리의 첫 번째 질문, 즉 새로운 신앙인은 자신의 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제시되었다. 슈트라우스적 속물은 우리의 위대한 시인과 음악가의 작품 속에서 벌레처럼 살고 있다. 이 벌레는 파괴하면서 살아가고, 먹어치우면서 경탄하고, 소화하면서 숭배한다.
- 『반시대적 고찰 Ⅰ』, <다비드 슈트라우스, 고백자와 저술가>, 6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