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 책세상 니체전집 2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밑줄긋기)

 

교양의 속물들, 지속적으로 정당화된 야만

 

어떤 힘이 그토록 강해서 "그래선 안 된다"고 지시하는 것일까? 그토록 강하고 단순한 감정을 금지시키거나 그런 표현을 저지할 수 있으려면, 어떤 종의 인간이 지배권을 얻어야만 하는 것인가? 나는 이런 권력, 이런 종의 인간들을 다음과 같이 명명하려 한다 ㅡ 그들은 교양의 속물들이다.

 

속물이란 말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학생 생활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아주 통속적인 넓은 의미에서 예술을 관장하는 신 뮤즈의 아들, 예술가, 진정한 문화인의 반대를 지칭한다. 그러나 교양의 속물은 ㅡ 그 유형을 연구하고, 그의 신앙고백을 경청하는 일이 지금은 고통스러운 의무가 되었다 ㅡ 하나의 미신을 통해 "속물"이라는 종의 일반적 관념으로부터 스스로를 구별한다. 즉 그는 스스로가 뮤즈의 아들이고 문화인이라는 망상에 빠진 것이다. 이는 이해하기 힘든 망상인데, 그 때문에 그는 속물이 무엇이며 그 반대가 무엇인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그가 스스로 속물이라고 엄숙하게 선언할지라도 우리는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자기 인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교양"이야말로 진정한 독일 문화의 당당한 표현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는 도처에서 자기와 같은 종류의 교양인을 발견한다. 모든 공공 시설과 학교, 교육 및 예술 기관이 자신의 교양 수준에 맞게 그리고 자신의 요구에 따라 설치되어 있으므로 그는 자기가 지금 독일 문화의 존경받을 만한 대표자라는 우쭐한 감정을 품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에 상응하는 주장과 요구를 한다. ……

 

그는 주위에 온통 동일한 욕구와 유사한 견해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다. 그가 어디로 가든, 종교와 예술을 비롯하여 많은 사물에 관한 암묵적인 협정의 끈이 금방 그를 둘러싼다. 이 인상적인 동질성, 명령을 받지 않았는데도 즉시 터져 나오는 전체 합주는 여기에 하나의 문화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믿도록 그를 유혹한다. 그러나 지배권을 장악한 체계적 속물 문화는 바로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아직 문화가 아니다. 그것은 나쁜 문화라고 할 수도 없으며 단지 문화의 반대, 즉 지속적으로 정당화된 야만에 불과한 것이다.

 

 - 『반시대적 고찰 Ⅰ』, <다비드 슈트라우스, 고백자와 저술가>, 2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