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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 ㅣ 책세상 니체전집 2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쇼펜하우어가 일찌기 봤던 그림
어떤 사람이 남의 의견을 가지고 자신을 본다면, 그가 자신에게서도 ㅡ 남의 의견밖에 보지 못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학자들은 그런 사람들이고 그렇게 살고 그렇게 본다. 그에 반해 쇼펜하우어는 천재를 자신 안에서 가까이 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자신 밖에서, 즉 괴테에게서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운이 좋았다. 이 이중의 반영을 통해 그는 모든 학자적 목표와 문화에 관해 근본적인 가르침을 받았고 지혜를 얻었다. 이 경험을 통해 그는 모든 인위적 문화가 동경하는 자유롭고 강한 인간의 특성은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을 본 후에도 그가 현대인의 학자 투의 또는 위선적인 태도 안에 들어 있는 소위 "예술"을 연구할 마음이 남아 있겠는가? 심지어 그가 좀더 고귀한 것을 보았다면, 모든 삶이, 가장 고귀하고 가장 완벽한 삶도 그 무게가 측정되어 너무 가볍게 여겨지는 무서운 천상의 재판 방면을 보았다면. 그는 현존재의 심판자로서 성자를 보았다. 쇼펜하우어가 삶의 이 그림을, 나중에 자신의 모든 저서에서 그대로 모사하려 했던 이 그림을 얼마나 일찍 보았는지 확인할 수 없다. 그가 청년으로서 이 무시무시한 환영을 봤다는 것은 이미 증명할 수 있고, 어린아이 시절 그것을 봤다고 우리는 믿고 싶다. 그가 나중에 삶과 책에서, 학문의 모든 영역에서 습득한 것은 그에게 단지 표현의 색채와 도구였을 뿐이다. 심지어 칸트의 철학도 무엇보다 비범한 이론적 도구로 투입되었을 뿐이다. 즉 그가 좀더 분명하게 저 그림에 관해 표현할 수 있다고 믿었던 도구였다. 이런 목적으로는 종종 불교적 신화나 기독교적 신화가 이용되기도 했다. 그에게는 오로지 하나의 과제와 이를 해결할 수천의 방법이 있었다. 즉 하나의 의미와 이를 표현할 수많은 상형 문자가 있었다.
그가 진리를 위하여 생명을 바친다는 좌우명에 따라 그런 과제를 위해 살 수 있었고 생활고의 비천함이 그를 무릎 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의 실존의 훌륭한 조건 중 하나다. ㅡ 그가 얼마나 성대한 방식으로 그렇게 살 수 있게 해준 아버지에게 감사하는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ㅡ 그에 반해 독일에서 이론적인 인간은 대개 성격의 순수함을 희생해서, "사려 깊은 천민"으로서 지위와 명예를 탐하고, 조심성 많고 유연하며, 영향력 있는 사람과 상사에게 아첨을 떨며 자신의 학문적 사명을 관철한다. 유감스럽게도 쇼펜하우어가 수많은 학자들에게 가장 큰 모욕감을 준 점은 그가 그들과 비슷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 『반시대적 고찰 Ⅲ』, <교육자로서의 쇼펜하우어>, 7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