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 책세상 니체전집 2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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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신화에서 우리가 느끼는 미적 쾌락은 무엇 때문인가?

 

비극적 신화는 아폴론적 예술 영역과는 가상과 관조에 대한 충만한 기쁨을 공유하면서, 동시에 이 기쁨을 부정하고 가시적 가상 세계의 파괴에서 보다 높은 만족을 얻는다. 비극적 신화의 내용은 일차적으로 투쟁하는 영웅을 찬미하는 서사적 사건이다. 그러나 영웅의 운명에서 볼 수 있는 고뇌, 가장 고통스러운 극복, 비통하기 짝이 없는 동기의 대립, 간단히 말해서 실레노스의 지혜의 예시가, 혹은 미학적으로 표현해서 추악함과 부조화가 그토록 수많은 형식들 속에서 그렇게 사랑을 받으며, 그것도 어떤 민족의 가장 풍요롭고 가장 젊은 시대에 거듭해서 새롭게 표현된다는 수수께끼 같은 특징은, 만약 이 모든 것에서 보다 높은 쾌락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도대체 어디에서 유래하는 것인가?

 

왜냐하면, 만약 예술이 자연 현실의 모방일 뿐만 아니라 자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하여 그 곁에 세워놓은 자연 현실의 보충이라고 한다면, 삶이 실제로 그렇게 비극적이라는 사실만으로는 어떤 예술 형식의 생성을 거의 설명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극적 신화는, 그것이 일반적으로 예술에 속하는 한, 예술 일반의 이러한 형이상학적 미화의 의도에 전적으로 참여한다. 그러나 만약 비극적 신화가 현상 세계를 고통 받는 영웅의 형상 아래 보여준다면, 그것은 무엇을 미화하는 것인가? 이러한 현실 세계의 "실재성"을 미화하는 것은 가장 거리가 멀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에게 바로 이렇게 말하기 때문이다. "보아라! 잘 보아라! 이것이 너희의 인생이다! 이것이 그대들의 삶이다! 이것이 실존 시계의 시곗바늘이다!"

 

그렇다면 신화가 이 삶을 보여준 것은 우리 앞에서 그것을 미화하기 위해서였단 말인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저 형상들이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갈 때 우리가 느끼는 미적 쾌락은 무엇 때문인가? 나는 미적 쾌락에 대해 묻고 있고, 그 밖에도 이러한 형상들 중 많은 것들은 동정이나 도덕적 승리의 형식 아래, 어떤 도덕적 즐거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물론 미학에서 너무나 오랫동안 통용되어왔던 것처럼 비극적인 것의 효과를 단지 이러한 도덕적 원천에서만 도출하고자 했던 사람은 자신이 예술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예술은 무엇보다도 자기 영역에서의 순수성을 바라야 한다. 비극적 신화를 설명하기 위하여 제일 먼저 요구되는 것은 동정, 공포, 도덕적 숭고의 영역으로 넘어가지 않고 신화 고유의 쾌락을 순수한 미학적 영역에서 찾는 일이다. 추한 것과 부조화한 것, 즉 비극적 신화의 내용이 어떻게 미학적 쾌락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가?

 

 - 『음악의 정신으로부터의 비극의 탄생』, 2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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