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 책세상 니체전집 2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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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과 음악, 환희에 이르는 길은 몰락과 부정을 통과한다.

  

비극은 음악의 최고 황홀경을 자신 속으로 빨아들여 우리에게서처럼 그리스인들에게서 직접 그 음악을 완성시킨다. 그 다음 비극적 신화와 비극적 주인공을 그 옆에 세운다. 이 비극의 주인공은 힘센 거인처럼 디오니소스적 세계 전체를 자기 등에 짊어지고 우리의 짐을 덜어준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 비극은 동일한 비극적 신화를 통해, 비극적 주인공인 인물 속에서, 실존에 대한 탐욕스러운 충동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고, 경고의 손을 사용해 다른 존재에 대해 그리고 보다 고상한 쾌락에 대해 기억하게 한다. 싸우는 주인공은 자신의 승리를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파멸을 통해 이 고귀한 쾌락을 예감하고 준비한다. 비극은 음악의 보편적인 효력과 디오니소스적 감수성을 가진 청중 사이에 고상한 비유, 즉 신화를 세워, 청중에게 마치 음악이 신화의 조형 세계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최고의 묘사 수단인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고상한 착각을 신뢰하면서 비극은 이제 사지를 움직여 주신 찬가의 춤을 추고 아무런 걱정 없이 자유의 황홀한 느낌에 몰두한다. 착각이 없다면 이런 느낌 속에서 비극은 음악 자체로서 감히 도취에 빠질 수 없다. 신화는 우리를 음악으로부터 보호해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신화는 음악에게 최고의 자유를 부여한다. 음악은 그 대신 답례로서 비극적 신화에 감동적이고 설득력 있는 형이상학적 의미를 선사한다. 말과 형상은 음악의 도움 없이는 이런 형이상학적 의미를 결코 얻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음악을 통해 비극적 청중은 최고의 환희를 예감한다. 이 환희에 이르는 길은 몰락과 부정을 통과하며, 그래서 청중은 사물의 가장 내적인 심연이 명료하게 말하는 듯이 귀를 기울여 듣는다.

 

- 『음악의 정신으로부터의 비극의 탄생』, 2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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