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 책세상 니체전집 2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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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러의 기사가 바로 우리의 쇼펜하우어다

 

그리스 고대의 재탄생이 목전에 있다는 우리의 믿음을 어느 누구도 없애버리지 말기를. 우리는 그리스 고대 안에서만 독일 정신이 음악의 불꽃 마법을 통해 새로워지고 깨끗해진다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폐해지고 지친 현재의 문화 속에서 미래를 위해 위안이 되는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우리가 그것 말고 또 무엇을 들먹일 수 있는가? 힘차게 가지를 뻗은 뿌리 하나를 찾고 비옥하고 건강한 땅 한 조각을 찾지만 모두 허사다. 먼지, 모래와 마비와 갈증만이 도처에 널려 있다. 절망적으로 고독한 사람이 선택하는 최고의 상징은 화가 뒤러가 그렸듯이 죽음과 악마와 함께 있는 기사의 상징일 것이다.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의 눈길은 딱딱하게 굳어 있다. 소름끼치는 동행자들이 있어도 흔들림 없이 그러나 희망도 없이 말과 개를 데리고 공포의 길을 걸어간다. 뒤러의 기사가 바로 우리의 쇼펜하우어다. 그에게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 그러나 그는 진리를 원한다. 그와 필적할 만한 사람은 없다. ㅡ

 

방금 그토록 어둡게 묘사된 지친 우리 문화의 황량함도 디오니소스의 마법을 건드리면 갑자기 어떻게 변하는가! 폭풍이 불어와 노쇠한 것, 썩은 것, 부서진 것, 구부러진 것들을 모두 붙잡아, 소용돌이치는 붉은 먼지 구름 속에 감추고 독수리처럼 공중으로 날려버린다. 혼란스럽게 우리의 시선은 사라진 것들을 찾는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 가라앉았다가 황금빛 속으로 솟아오른 것처럼, 너무나 충만하고 초록빛이며 넘치듯이 활기차며 무한히 동경하던 것이기 때문이다. 비극은 고상한 황홀경에 빠져 넘쳐흐르는 삶과 고통과 쾌락의 한가운데 앉아 있다. 그는 멀리서 들려오는 침울한 노래에 귀를 기울인다. ㅡ 비극은 존재의 어머니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의 이름은 망상, 의지, 비탄이다. ㅡ 그렇다, 내 친구들이여. 나와 함께 디오니소스적 삶과 비극의 부활을 믿자. 소크라테스적 인간의 시대는 지나갔다. 담쟁이덩굴로 화환을 만들어 머리에 얹고, 바코스의 지팡이를 손에 쥐어라. 호랑이와 표범이 아첨하며 그대들의 무릎에 누워도 놀라지 마라. 이제는 그저 과감하게 비극적 인간이 되는 일을 행할 뿐이다. 너희는 구원되어야 하니까. 너희는 인도로부터 그리스로 가는 디오니소스의 행렬을 호위해야 한다! 격렬한 싸움에 대비해라, 그러나 너희의 신이 행할 기적을 믿어라!

 

- 『음악의 정신으로부터의 비극의 탄생』, 2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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