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 책세상 니체전집 2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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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옆에 파우스트를 세우고 비교해야 한다

 

여기 영원한 현상 하나가 있다. 탐욕스러운 의지는 사물 위에 펼쳐진 환상으로 피조물을 삶에 얽어매고 생존을 강요하는 수단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인식과 망상의 소크라테스적 쾌락에 사로잡혀 그것으로 실존의 영원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자기 눈앞에서 하늘거리는 예술의 유혹적인 미의 베일에 휘감겨 있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현상의 소용돌이 밑에서 파괴할 수 없는 영원한 삶이 계속 흐른다는 형이상학적 위로에 붙잡혀 있기도 하다. 물론 의지가 매 순간 마련해주는 더 강력하고 더 비속한 환상에 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앞서 말한 세 가지 환상의 단계들은 고귀한 천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해당된다. 그들은 존재의 짐과 부담을 무척 불쾌하게 느끼고 어렵게 찾은 자극제를 통해 이 불쾌함을 애써 잊어버리려 한다. 우리가 문화라 부르는 것은 이 자극제들로 이루어졌다. 혼합률에 따라 우리는 소크라테스적 문화를 가지기도 하고 또는 예술적 문화, 아니면 비극적 문화를 가지기도 한다. 역사적인 보기를 찾아도 좋다면, 알렉산드리아 문화 또는 그리스 문화나 불교 문화가 있다.

 

우리의 현대 세계는 알렉산드리아 문화의 그물에 사로잡혀서 최고의 인식 능력을 갖추고 학문을 위해 봉사하는 이론적 인간을 이상으로 알고 있다. 이 이론적 인간의 원형이 바로 소크라테스다. 우리의 모든 교육 수단은 원래 이 이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 외의 다른 존재는 비의도적이었지만 허락된 존재로서 그 옆에 한 자리 잡으려고 힘들게 투쟁한다. …… 그 자체로 이해하기 쉬운 현대적 문화 인간 파우스트가 그리스인에게는 얼마나 이해하기 힘든 존재일까. 모든 학부를 다 돌아다니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지식욕에 목말라 마술과 악마에게 몸을 파는 파우스트. 현대인이 저 소크라테스적 인식 욕망의 한계를 예감하기 시작했고 지식의 망망대해로부터 해안에 도달했다는 점을 인식하려면 소크라테스 옆에 파우스트를 세우고 비교해야 한다.

 

- 『음악의 정신으로부터의 비극의 탄생』, 1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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