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 책세상 니체전집 2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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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운명의 저 무시무시한 삼위일체

 

친아버지를 살해한 오이디푸스, 생모의 남편이며,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푼 오이디푸스! 운명적 행위의 신비스러운 삼위일체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현명한 마법사는 근친상간에 의해서만 태어날 수 있다는 아주 오래된 페르시아 민간 신앙이 하나 있다. 수수께끼를 풀고 자기 생모를 해방시키는 오이디푸스와 연관지어 우리는 이 신앙을 이렇게 해석해야만 한다. 즉 예언적이고 마법적인 힘에 의해 현재와 미래의 마력, 개별화의 엄격한 법칙이 무너졌으며 자연의 고유한 마법까지 깨진 곳에서는, 자연에 역행하는 엄청난 일이 ㅡ 이 이야기 속의 근친상간처럼 ㅡ 원인으로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비자연적인 행동을 통해 자연에 저항하여 승리하지 않는다면, 자연으로 하여금 자신의 비밀을 밝히도록 강요할 방법이 또 달리 있겠는가? 나는 오이디푸스 운명의 저 무시무시한 삼위일체 속에서 분명하게 이것을 인식했다. 이중 성격의 스핑크스라는 자연의 수수께끼를 푼 사람은 생부의 살해자와 생모의 남편으로서도 가장 성스러운 자연 질서를 파괴해야만 한다. 그렇다. 신화는 지혜, 특히 디오니소스적 지혜는 자연을 거역하는 하나의 만행이라고, 또 자신의 지식으로 자연을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자는 자신에게도 자연이 해체되는 경험을 해야 할 것이라고 우리에게 속삭이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혜의 칼끝은 지혜로운 자를 향한다. 지혜는 자연에 대한 범죄다." 이 신화는 이런 명제를 우리에게 외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의 시인이 마치 태양 광선처럼 신화의 거대한 멤논 기둥을 부드럽게 쓰다듬자, 이 기둥은 갑자기 노래하기 시작한다 ㅡ 소포클레스의 선율로!

 

- 『음악의 정신으로부터의 비극의 탄생』, 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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