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세상 니체전집 13
프리드리히 니체 / 책세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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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차라투스트라는 눈과 창자로 웃어가며 이렇게 말하고는 멈춰 서서 재빨리 몸을 돌렸다. 보라, 하마터면 그를 뒤쫓아오고 있던 자, 그림자를 땅에 쓰러뜨릴 뻔했으니. 그가 그토록 바싹 따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기력이 핍진한 채, 그림자를 눈여겨 살펴보던 차라투스트라는 느닷없이 나타난 유령을 보고 놀라듯 기겁을 했다. 뒤를 쫓고 있던 자, 그가 너무나도 얇고, 검고 속이 텅빈데다 기진맥진해 보였던 것이다.

 

"그대는 누구지?" 차라투스트라가 매몰차게 물었다. "예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지? 또 어찌하여 그대는 나의 그림자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용서하라." 그림자가 대답했다. "내가 그대의 그림자인 것을. 좋다, 그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오, 차라투스트라여! 나 바로 그 때문에 그대와 그대의 훌륭한 취향을 찬미하고 있으니.

 

 

목표도 돌아갈 고향도 없이

 

나 줄곧 그대의 발꿈치를 쫓아다닌 나그네다. 나 목표도 돌아갈 고향도 없이 허구한 날 떠돌아다녔지. 그러다 보니 나 진정 영원히 떠도는 유태인이 되기에는 부족한 것이 그다지 없게 된 것이지. 내가 영원하지 않으며 유태인도 아니라는 점을 문제삼지 않는다면 말이다.

 

 

허울

 

그대와 더불어 나 말과 가치에 대한 믿음, 거창한 평판에 대한 믿음을 잊어버리기도 했지. 악마가 허울을 벗으면 그의 평판 또한 떨어져나가지 않는가? 평판 또한 허울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악마 자신도 허울에 불과하리라.

 

 

돛배, 포구, 순풍

 

'내가 바라는 삶을 살자. 아니면 더 이상 살지를 말든가.' 그러기를 나 원하는 바, 더없이 거룩한 자 또한 그러기를 원하고 있으렸다. 그러나 애석하다! 어찌 아직 바람이란 것을 가질 수 있으리오?

 

내게는 있는가, 아직도 목적지가? 나의 돛배가 달려갈 포구가?

 

순풍이? 아, 그 자신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자만이 알 것이다. 어떤 바람이 순풍인지 그리고 항해에 적당한 바람인지를.

 

 

오, 영원한 허사여!

 

'나의 고향은 어디지?' 나 그것을 묻고 있고 찾고 있고, 일찍이 그것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찾아내지는 못했다. 오, 영원히 어디에나 있는, 오, 영원히 그 어디에도 없는, 오, 영원한 허사여!

 

 

전에 없는 안전

 

그대처럼 정처 없이 떠도는 자들은 끝내 감옥조차도 행복한 곳으로 여기게 되지. 그대는 일찍이 잠자고 있는 죄수들의 모습을 본 일이 있는가? 그들은 조용히 잠을 잔다. 전에 없는 안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갈 길마저 잃고 말았으니

 

그대는 목표를 잃고 말았다. 애석하다. 그대는 어떻게 그 손실을 웃어넘기려는가, 견뎌내려는가? 갈 길마저 잃고 말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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