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차라투스트라는 눈과 창자로 웃어가며 이렇게 말하고는 멈춰 서서 재빨리 몸을 돌렸다. 보라, 하마터면 그를 뒤쫓아오고 있던 자, 그림자를 땅에 쓰러뜨릴 뻔했으니. 그가 그토록 바싹 따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기력이 핍진한 채, 그림자를 눈여겨 살펴보던 차라투스트라는 느닷없이 나타난 유령을 보고 놀라듯 기겁을 했다. 뒤를 쫓고 있던 자, 그가 너무나도 얇고, 검고 속이 텅빈데다 기진맥진해 보였던 것이다.
"그대는 누구지?" 차라투스트라가 매몰차게 물었다. "예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지? 또 어찌하여 그대는 나의 그림자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용서하라." 그림자가 대답했다. "내가 그대의 그림자인 것을. 좋다, 그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오, 차라투스트라여! 나 바로 그 때문에 그대와 그대의 훌륭한 취향을 찬미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