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세상 니체전집 13
프리드리히 니체 / 책세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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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지난 아침 꿈에

 

꿈에, 지난 아침 꿈에 나 오늘 어느 곶 위에 서 있었다. 세계 저편에서 저울을 들고 세계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오, 아침놀이 이처럼 일찍 찾아오다니. 저 질투가 심한 자, 그가 뜨겁게 타오르면서 나를 깨우고 만 것이다! 아침놀은 언제나 내 아침 꿈의 열화를 질투하지.

 

시간의 여유가 있는 자에게는 재볼 만하고, 저울질 잘하는 자에게는 저울질해볼 만하고, 억센 날개를 가진 자에게는 다가갈 수 있고, 호두를 까는 신성한 자에게는 그 속을 미루어 헤아릴 수 있는 것, 내가 꿈 속에서 본 세계는 그런 것이었다.

 

대담한 뱃사람이자 반쯤은 배며 반쯤은 돌풍인, 그러면서 나비처럼 소리없고 숫매처럼 참을성 없는 나의 꿈, 그런 그가 어떻게 오늘 세계를 저울질해볼 끈기와 겨를을 갖게 되었을까!

 

 

가장 저주받아온 세 개

 

축복하는 법을 가르친 자, 바로 그가 저주하는 법도 가르쳤겠다. 그러면 이 세계에서 가장 저주받아온 세 개는 어떤 것들인가? 나 이제 그것들을 저울에 달아볼 참이다.

 

관능적 쾌락, 지배욕, 이기심. 이들 셋이 지금까지 가장 혹독하게 저주받아왔을 뿐만 아니라 가장 고약하게 비방받고 왜곡되어왔던 것들이다. 나 이 셋을 인간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저울질해볼 참이다.

 

 

관능적 쾌락

 

관능적 쾌락. 참회복을 걸친 채 신체를 경멸하고 있는 자 모두에게는 양심을 찔러대는 바늘이자 가시요, 배후 세계를 신봉하고 있는 자들로부터는 '세속'으로 저주받고 있는 것이 이것이다. 관능적 쾌락이란 것이 저들 혼란과 오류를 가르쳐온 자 모두를 조롱하여 바보 취급 하기 때문이다.

 

관능적 쾌락. 잡것들에게는 저들을 불태워버리는, 천천히 타오르는 불길이다. 벌레 먹은 일체의 나무와 악취 나는 일체의 누더기에게는 여차하면 욕정에 불을 지를, 그리하여 김을 무럭무럭 낼 채비가 되어 있는 화덕이다.

 

관능적 쾌락. 그러나 그것은 자유로운 마음을 지닌 자들에게는 순진무구한 것이자 자유로운 것이며, 지상 낙원에서 누리는 행복이자 온미래가 현재에 바치게 될 넘칠 듯한 고마움이다.

 

관능적 쾌락. 그것은 쇠잔해 있는 자들에게야 감미로운 독이지만, 사자의 의지를 갖고 있는 자들에게는 대단한 강심제요 정성스레 저장해온 최상의 포도주다.

 

관능적 쾌락. 그것은 한층 더 높은 행복과 더없이 높은 희망에 대한 비유적 행복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혼인이, 그리고 혼인 이상의 것이 언약되어 있으니.

 

사내와 여인보다도 더 낯선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데 사내와 여인이 얼마나 서로에 대해 낯선 존재인지를 그 누가 제대로 파악했으랴!

 

관능적 쾌락. 나 나의 사상과 내가 하는 말 둘레에 울타리를 치겠다. 돼지와 광신자가 내 정원에 함부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지배욕

 

지배욕. 그것은 더없이 가혹한 마음을 지닌 자를 때려대는 빨갛게 달아오른 채찍이다. 더없이 잔인한 자가 자신을 위해 아껴둔 무서운 고문이다. 화형을 위해 쌓아놓은, 타오르는 장작더미에서 솟구치는 음산한 불길이다.

 

지배욕. 그것은 더없이 허영심에 찬 민중에게 달라붙어 있는 교활한 등에다. 모든 애매한 덕을 비웃는 여인이다. 온갖 말[馬]과 긍지를 다 타고 달리는 조소자다.

 

지배욕. 그것은 썩어 푸석푸석한 것과 속이 텅 빈 것이라면 남김없이 부수고 갈라 터뜨리는 지진이다. 우르릉 꽝꽝 울려대고 꾸짖어가며 회칠한 무덤을 파헤치는 여인이다. 설익은 대답에 번개처럼 떨어지는 물음표다.

 

지배욕. 그것은 그 눈에 띄기라도 하면 기어다니게 되는, 머리를 조아리며, 전전긍긍하게 되는, 그리하여 뱀과 돼지보다도 더 비천하게 되는 어떤 것이다. 끝내 크나큰 경멸의 잘규가 사람들로부터 터져 나오기까지.

 

지배욕. 그것은 저들 스스로가 ' 물러가노라!'고 외쳐댈 때까지 도시와 제국들의 얼굴에 대고 '물러가라!'고 설교하는, 저 크나큰 경멸의 무시무시한 여교사다.

 

지배욕. 그러나 그것은 유혹적인 모습으로 순결한 자, 고독한 자, 그리고 자족할 만큼 높은 자의 경지까지 오른다. 지상의 하늘에 보랏빛 행복을 유혹하듯 그려넣는 사랑처럼 그렇게 불타오르며.

 

지배욕. 높은 자가 아래로 내려와 권력을 열망할 때 누가 그것을 두고 병적 탐욕이라고 부르겠는가! 진정, 그같은 열망과 하강에는 병적인 것도 탐욕적인 것도 없거늘!

 

고독의 저 높은 경지가 영원한 고독을 마다하고 자족하지 않는 것. 산이 골짜기로 내려오고 높은 곳에 있는 바람이 낮은 곳으로 불어 내리는 것.

 

오, 그 누가 이러한 동경에 걸맞은 세례명과 덕의 이름을 찾아낼 것인가! 이 이름할 수 없는 것을 차라투스트라는 일찍이 "베푸는 덕"이라고 부른 바 있다.

 

 

이기심

 

그리고 그때 이런 일도 일어났으니 그가 말로써 이기심을, 힘찬 영혼에서 솟아오르는 건전하며 건강한 이기심을 복된 것으로 찬양한 것이다. 진정, 처음으로!

 

고상한 신체, 아름답고 강력하며 생기 있는 신체가 속해 있는, 그리고 그 주위에 있는 모든 사물이 거울이 되어 되비추어주고 있는, 그 힘찬 영혼에서 솟아오르는.

 

저 유연하며 구변 좋은 신체, 비유와 정수가 자기향락적인 영혼인 저 춤추는 자. 이같은 신체와 영혼이 누리는 자기향락은 스스로를 일컬어 "덕"이라고 한다.

 

이같은 자기향락은 성스러운 숲으로 감싸듯 좋음과 나쁨이라는 말로 자신을 감싼다. 그러고는 행복이라는 이름 아래 온갖 경멸스러운 것을 자기 자신으로부터 몰아낸다.

 

그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일체의 겁을 쫓아버린다. 그는 말한다. 나쁜 것은 겁많은 것!이라고. 허구한 날 근심에 싸여 있는 자, 한숨 짓는 자, 탄식하는 자 그리고 사소한 이익이나 주워 모으는 자, 그에게는 이런 자들이 경멸할 만한 자로 생각된다.

 

 

하인의 근성

 

보다 하찮은 것으로 간주되는 것은 쉽게 영합하는 자, 곧장 땅바닥에 드러눕는 개와 다름이 없는 자, 겸허한 자다. 하긴 겸허하며 개와 다를 바 없는, 경건하며 쉽게 영합하는 지혜도 있긴 하다.

 

자기 자신을 지키려 하지 않는 자, 독이 든 침과 사악한 시선을 말없이 삼켜버리는 자, 무던히 참기만 하는 자, 모든 것을 인내하는 자,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매사 만족해하는 자들도 자기향락에게는 혐오스럽고 역겨운 존재들이다. 그런 것들은 하인의 근성이니.

 

나쁨

 

누가 신들 앞에서 그리고 신들의 발길질 앞에서 하인처럼 굴든, 사람들과 멍청한 여론 앞에서 그리하든 이 복된 이기심은 일체의 하인 근성에 침을 뱉는다!

 

나쁨, 기가 죽어 있는 것, 쩨쩨하게 굴종이나 하는 것, 부자유스럽게 깜박이는 눈, 짓눌린 가슴, 두텁고 겁먹은 입술을 하고 입술을 맞추는 저 위선에 찬 타협적 태도 모두를 복된 이기심은 그렇게 부른다.

 

 

이기심을 학대하는 것

 

그러나 사이비 현자들, 모든 사제들과 세상살이에 지쳐 있는 자, 여인과 하인의 영혼을 가진 자. 오, 예로부터 이같은 자들의 농간이 얼마나 이기심을 학대해왔던가!

 

거기에다 이기심을 학대하는 , 바로 그런 행위가 덕으로 간주되고 덕으로 불려 왔으니! 그러니 "무욕", 세상살이에 지쳐 있는 겁쟁이들, 그리고 십자거미들이 그것을 소망한 것도 실로 당연한 것이리라!

 

 

위대한 정오

 

그러나 이들 모두에게 그날이, 변화가 그리고 심판의 칼이, 저 위대한 정오가 다가오고 있다. 이제 많은 것이 반드시 백일하에 드러나리라!

 

그리고 자아를 두고 건전하고 신성하다고 말하며, 이기심을 두고 복되다고 말하는 자, 진정, 예언자는 그가 알고 있는 것을 일러주고 있다. "보라, 위대한 정오가 다가오고 있다. 가까이 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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