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세상 니체전집 13
프리드리히 니체 / 책세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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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도 한때는

 

모기가 그러하고 젊은 시인들이 그리하듯 저들도 한때는 빛과 자유 주변을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다녔었다. 그러다가 나이가 좀 들고 열이 가라앉으면서 어느덧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밀담이나 나누는 사람, 난롯가에 쪼그리고 앉아 세월을 보내는 사람이 되고 만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것들이

 

달리 할 수만 있었다면 저들도 달리 하고자 했을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것들이 전체를 더럽히기 마련이지. 나뭇잎은 말라버리겠지만. 그렇다고 어디 한탄할 것이 있겠는가!

 

 

오래된 일들

 

지난 밤 정원 담벼락에서 나 오래된 일들에 대한 말 다섯 마디를 들었다. 아주 늙고, 우울하고 말라빠진 야경꾼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들이었다.

 

"그는 아버지인데도 자신의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피고 있지 않다. 인간의 아버지가 자식들을 더 잘 보살피지!"

 

"너무 늙었어! 그래서 더 이상 자신의 아이들을 돌볼 수 없는 것이지." 다른 야경꾼이 대답했다.

 

"그에게 아이들이 있기라도 한 것인가? 그 자신이 그것을 증명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것을 증명할 수 없지! 나 오래전부터 그가 그것을 제대로 증명해주기를 바랐지."

 

"증명이라고? 일찍이 그가 뭔가를 증명한 일이 있었다는 말투군! 증명, 그에게는 어려운 일이지. 그는 사람들이 그를 믿고 있다는 그 사실에 큰 무게를 두고 있지."

 

"그래! 그래! 신앙이, 그에 대한 신앙이 그를 행복하게 만들지. 늙은 사람들은 다 그 모양이지! 우리 또한 그렇고!"

 

빛을 싫어하는 두 늙은 야경꾼은 이렇게 말하고는 구슬프게 뿔나팔을 불어댔다. 지난 밤 정원 담벼락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때 나의 심장은 너무나도 우스워 뒤틀리다 못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라 횡경막 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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