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세상 니체전집 13
프리드리히 니체 / 책세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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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이자 위험

 

무서움에 떨게 하는 것은 산정이 아니라 산비탈이다!

 

눈길은 아래로 떨어지고 손은 위를 향해 내뻗는 그런 비탈 말이다. 이럴 때 마음은 이 이중 의지로 인해 현기증을 일으킨다.

 

아, 벗들이여, 너희는 내 마음속에 있는 이중의 의지 또한 제대로 헤아리고 있겠지?

 

나의 눈길은 산 정상으로 치닫고, 나의 손은 심연을 움켜잡고 몸을 지탱하려 한다. 이것이 나의 비탈이자 위험이다!

 

  

세상살이를 위한 나의 첫 번째 책략

 

나는 온갖 악한들이 오가는 성문 길가에 앉아 묻는다. 누가 나를 속이려 하는 것이지? 하고.

 

나 나를 속이도록 내버려둔다. 속이려 드는 자를 따로 경계하지 않기 위해서인데, 이것이 세상살이를 위한 나의 첫 번째 책략이다.

 

아, 내가 사람들을 경계한다면, 어떻게 저들이 나의 기구(氣球)를 잡아두는 닻이 될 수 있으랴! 그런 닻이 없다면 나 너무나도 쉽게 저 위로 떠오르고 말 터인데!

 

 

상처난 허영심이야말로 모든 비극의 어머니

 

세상살이를 위한 나의 또다른 책략은 이것이니, 나 긍지에 차 있는 사람들보다는 허영심에 차 있는 사람들에게 보다 너그럽다는 것이다.

 

상처난 허영심이야말로 모든 비극의 어머니가 아닌가? 이와 달리 긍지가 상처받으면, 그곳에서는 그 긍지보다 더 좋은 것이 자라나기 마련이다.

 

 

저들은 연기를 한다

 

생이 보기에 좋은 것이 되려면 생의 유희가 멋지게 연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훌륭한 배우가 있어야 하고.

 

나는 허영심에 차 있는 사람 모두가 뛰어난 배우라는 것을 발견했다. 저들은 연기를 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즐겁게 보아주기를 바란다. 저들의 정신이 한결같이 갈망하는 것이 그것이다.

 

저들은 손수 연출을 하며, 자신을 꾸민다. 나 저들 가까이에서 생을 바라보기를 좋아한다. 그것이 우울한 심사를 달래주기 때문이다.

 

저들이 나의 우울을 치유하는 의사가 되어주고, 나로 하여금 연극에 집착하듯 사람들에게 집착하도록 하기 때문에 나 허영심에 차 있는 저들에게 너그러운 것이다.

 

 

 

악한 자 보기를 마다하지는 않겠다는 것

 

세상살이를 위한 나의 세 번째 전략은 너희가 겁에 질려 있다 하여 악한 자 보기를 마다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작열하는 태양이 부화하고 있는 경이로움들, 이를테면 호랑이와 종려나무 그리고 방울뱀을 바라보는 나는 행복하다.

 

사람들 가운데도 작열하는 태양이 부화한 새끼가 있으며, 악한 자들에게도 경이로운 일이 많이 있다.

 

실은, 너희 가운데 더없이 지혜롭다는 자조차도 내게 그토록 지혜롭게 보이지는 않듯이, 나 사람들이 악하다고 할 때 그 악이란 것도 그 명성만큼이나 대단하지는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도록

 

나 변장하고 있는, 몸을 잘 가꾸고 허풍을 떨어가며 "선한 자 그리고 정의로운 자"인 양 뻐기고 있는 너희가 보고 싶다. 이웃들이여, 동료 인간들이여.

 

그리고 나 또한 변장한 채 너희 틈에 앉아 있고 싶다.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도록 말이다. 이것이 세상살이를 위한 나의 마지막 책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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