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세상 니체전집 13
프리드리히 니체 / 책세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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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그 추한 꼴에 내 영혼이 어찌 그리 웃어대던지

 

나 오늘 어떤 고매하다는 자, 어떤 엄숙한 자, 정신의 참회자를 보았다. 그 추한 꼴에 내 영혼이 어찌 그리 웃어대던지!

 

숨을 잔뜩 들이마신 자처럼 가슴을 부풀린 채, 그 고매하다는 자는 그렇게 말 없이 서 있었다.

 

사냥에서 잡은 볼썽 사나운 진리로 치장을 하고 갈기갈기 찢긴 옷을 겹겹이 입은 채 말이다. 거기에다 많은 가시덩굴이 그의 몸을 휘감고 있었지만 장미는 볼 수 없었다.

 

그는 어떻게 웃어야 하는지를, 무엇이 아름다움인지를 아직도 터득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이 사냥꾼은 시름에 잠긴 채 깨침의 숲에서 돌아온 것이다.

 

들판에서 한바탕 하고서 말이다. 그 엄숙한 얼굴에 아직도 한 마리의 들짐승이, 극복되지 못한 들짐승의 모습이 어른대고 있구나!

 

여차하면 덤벼들려는 호랑이처럼 그는 여전히 그곳에 그렇게 서 있다. 그러나 이처럼 긴장하고 있는 영혼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잔뜩 움츠리고 있는 것도 하나같이 내 취향에 맞지 않고.

 

 

취향

 

벗들이여, 취향과 미각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하는 게 아니라고 하려는가? 일체의 생명이 취향과 미각을 둘러싼 투쟁이거늘!

 

취향. 그것은 저울추인 동시에 저울판이요 저울질하는 자다. 저울추와 저울판, 그리고 저울질하는 자와의 실랑이 없이 삶을 영유하고자 하는 일체의 생명체에게 화가 있을지어다!

 

 

그때가 되서야

 

저 고매하다는 자가 자신의 고매함이란 것에 싫증을 느끼게 될 때, 그때가 되서야 그가 지닌 아름다움은 고개를 들 것이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나 그를 음미할 것이며, 그 진가를 찾아볼 생각이다.

 

그리고 저 고매하다는 자가 자신에게 등을 돌릴 때, 그때가 되서야 그는 그 자신의 그림자를 뛰어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정! 자신의 태양 속으로 뛰어들게 될 것이다.

 

 

이것저것 기다리느라 굶어 죽을 지경

 

저 정신의 참회자는 너무 오랫동안 그늘 속에 앉아 있었고, 그 때문에 그의 볼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리고 이것저것 기다리느라 굶어 죽을 지경이 되었다.

 

그의 눈에는 아직도 경멸이 서려 있다. 입가에는 역겨움이 감추어져 있고. 또 지금 쉬고는 있지만, 그는 여지껏 양지에 앉아 휴식을 취한 적이 없다.

 

 

시샘없이 존재하는 법도 터득하지 못했다

 

그는 괴수들을 제압하고 수수께끼도 풀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 자신의 괴수들과 수수께끼를 구제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저들을 천상의 어린아이로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의 깨침, 그것은 아직 웃음을 배우지 못했고 시샘 없이 존재하는 법도 터득하지 못했다. 그의 세찬 열정은 아직도 아름다움 속에서 진정되지 않고 있고.

 

 

너의 호의가 너의 마지막 자기정복이 되기를

 

고매하다는 자들이여, 근육의 긴장을 풀고 의지의 고삐를 푼 채 그렇게 서 있는 일이 너희 모두에게는 더없이 어려운 일이리라!

 

힘이 관대해져 가시적인 것 안으로 내려올 때, 나 그같은 하강을 두고 아름다움이라 부른다.

 

너 막강한 자여,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닌 너로부터 아름다움을 원한다. 너의 호의가 너의 마지막 자기정복이 되기를 바란다.

 

 

무기력한 앞발을 갖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나는 네가 온갖 악을 자행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때문에 나 너에게서 선을 소망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 나는 마비되어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는 무기력한 앞발을 갖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자신이 선하다고 믿는 겁쟁이들을 자주 비웃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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