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세상 니체전집 13
프리드리히 니체 / 책세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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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결한 자들의 히죽히죽 웃고 있는 모습과 목말라하는 모습만은 보고 싶지 않다

 

나는 깨끗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좋아한다. 그러나 불결한 자들의 히죽히죽 웃고 있는 주둥이와 목말라하는 모습만은 보고 싶지 않다.

 

저들은 눈길을 샘 속으로 던졌고, 그러자 보기에도 역겨운 저들의 미소가 되비쳐 올라오는구나.

 

저들이 성스러운 샘을 욕정으로 더럽히고 만 것이다. 게다가 저들 자신의 더러운 꿈을 쾌락이라고 부름으로써 그 말까지도 더럽히고 만 것이다.

 

 

잡것이 불가에 다가서면

 

저들이 저들의 축축한 심장을 불가에 놓으면 불꽃조차 언짢아한다. 잡것이 불가에 다가서면 정신 자체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연기를 내니.

 

저들의 손길이 닿으면 과일은 메스꺼워지고 물러 터지게 된다. 저들의 눈길이 닿으면 과일나무는 바람을 견뎌내지 못하며 가지 끝은 말라 시들어버린다.

 

 

실은 잡것에게 등을 돌렸을 뿐

 

생에 등을 돌린 많은 자들, 실은 잡것에게 등을 돌렸을 뿐이다. 잡것과는 샘물과 불꽃 그리고 열매를 나누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사막으로 가 맹수 틈에서 갈증에 시달린 많은 자들도 지저분한 낙타 몰이꾼과 함께 물가에 앉아 있고 싶지 않아 그렇게 했던 것이다.

 

파괴자처럼, 그리고 열매가 익어가는 들녘에 쏟아지는 우박처럼 찾아든 많은 자들도 단지 잡것의 목구멍에 자신의 발을 밀어 넣어 그 인후를 막으려 했을 뿐이다.

 

 

뭐라고?

 

뭐라고? 생에서조차 잡것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나 언젠가 이렇게 물었었고 이 물음에 거의 질식할 뻔했다.

 

 

이런 것들도 필요하다는 말인가?

 

독으로 오염된 샘물, 악취를 내뿜는 불꽃, 추잡한 꿈과 생명의 빵 속으로 파고든 애벌레들. 이런 것들도 필요하다는 말인가?

 

 

증오가 아니라 역겨움

 

나의 생명을 걸신들린듯이 먹어 들어간 것은 증오가 아니라 역겨움이었다! 아, 저 잡것조차 정신적으로 재기발랄하다는 것을 보면서 나의 정신은 자주 피곤해 했지!

 

 

잡것이 내는 고약한 냄새

 

참으로, 모든 어제와 오늘은 글이나 갈겨 쓰는 잡것이 내는 고약한 냄새로 진동하고 있구나!

 

 

귀가 먹고 눈이 먼, 그리고 벙어리가 된 불구자처럼

 

나 오랜 세월을 귀가 먹고 눈이 먼, 그리고 벙어리가 된 불구자처럼 살아왔다. 권력을 추구하는 잡것, 글이나 갈겨 쓰는 잡것 그리고 쾌락이나 쫓는 잡것과 함께 살지 않기 위해서였다.

 

 

더없이 높은 곳으로 날아 올라야 했거늘

 

내가 느낀 저 역겨움이 내게 날개를 달아주고, 어디에 샘이 있는가를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을 준 것인가? 진실로, 나 기쁨의 샘을 되찾기 위해 더없이 높은 곳으로 날아 올라야 했거늘!

 

오, 형제들이여, 나 샘을 찾아냈다! 여기 더없이 높은 곳에 기쁨의 샘물이 솟아오르고 있구나! 그리고 그 어떤 잡것도 감히 함께 마시겠다고 덤벼들 수 없는 그런 생명이 있구나!

 

너무나도 격렬하게 솟구쳐 오르고 있구나. 너, 기쁨의 샘이여! 너 다시 채울 생각에서 자주 잔을 비우고 있구나!

 

 

짧고 무덥고 우울한

 

짧고 무덥고 우울한, 그러면서도 행복에 넘치는 나의 여름이 작열하고 있는 나의 심장. 나의 뜨거운 심장은 얼마나 너의 냉기를 갈망하고 있는가!

 

우물쭈물 망설이던 내 봄날의 비탄도 어느덧 지나가고 말았구나! 유월에 날린 내 눈발의 심술궂음은 지나가고 말았구나! 나 온통 여름이 되었으며 여름의 한낮이 되었구나! 

 

 

그런다고 그것이 탁해지랴!

 

벗들이여, 맑은 시선을 나의 기쁨의 샘 속으로 한번 던져보아라! 그런다고 그것이 탁해지랴! 샘은 오히려 그의 깨끗한 눈길로 너희를 향해 마주 웃어주리라.

 

 

미래라고 하는 나무

 

미래라고 하는 나무 위에 우리는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독수리가 부리로 우리 고독한 자들에게 먹을거리를 날라다 주리라!

 

진정, 우리는 이곳에 추잡한 자들을 위해 그 어떤 거처도 마련해놓지 않았다! 저들의 신체와 정신에게 우리의 행복은 차디찬 얼음 동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때가 되면

 

때가 되면 나 바람처럼 저들 사이를 휩쓸고 들어가 나의 정신으로써 저들의 정신의 숨결을 빼앗으련다. 그러기를 나의 미래는 소망한다.

 

 

"바람을 향해 침을 뱉지 않도록 조심하라!"

 

진정, 차라투스트라는 온갖 낮은 지대로 몰아치는 거센 바람이다. 그는 그의 적들에게, 그리고 침을 토해 뱉는 모든 사람들에게 충고한다. "바람을 향해 침을 뱉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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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뭐라고 말해야 하나?
    from Value Investing 2016-03-09 00:27 
    참으로, 모든 어제와 오늘은 글이나 갈겨 쓰는 잡것이 내는 고약한 냄새로 진동하고 있구나! -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2부, <잡것에 대하여> * * * (밑줄긋기)타인과의 교제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야기시키는 내 본성의 마지막 특징에 대해 운을 떼어도 될까? 나는 섬뜩할 정도로 완벽하게 민감한, 순수에 대한 본능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는 모든 영혼의 근접을 또는 ㅡ 뭐라고 말해야 하나? ㅡ 모든 영혼의 가장 내적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