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ㅣ 책세상 니체전집 13
프리드리히 니체 / 책세상 / 2015년 12월
평점 :
일시품절
그 자는 이 땅에서 웃어야 할 이유들을 전혀 찾아내지 못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그 찾는 방법이 좋지 못했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어린이조차 그럴 이유들을 찾아내거늘.
그는 사랑이란 것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다. 해보았더라면 그 또한 웃고 있는 우리를 사랑했으리라! 그렇지 못했던 그는 도리어 우리를 미워하고 조롱했으며, 우리가 울부짖고 이를 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여 곧바로 저주해야만 하는가? 그런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취향이리라. 그런데도 이 막무가내인 자는 그렇게 했다. 태생이 천민이었으니.
그 자신은 사랑이란 것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해보았더라면 사람들이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화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든 위대한 사랑은 사랑을 갈망하지 않느니. 그것은 그 이상을 갈망한다.
이처럼 막무가내인 자 모두를 멀리하라! 저들은 측은하며 병든 종자, 천민 종자다. 저들은 고약한 심보로 생명을 바라보며, 이 대지를 바라보는 저들의 눈길은 사악하기만 하다.
이처럼 막무가내인 자 모두를 멀리하라! 저들은 묵직한 발에 후텁지근한 심장을 가지고 있다. 춤을 출줄도 모른다. 이런 자들에게 어떻게 이 대지가 가뿐할 수 있겠는가!
* * *
좋은 것들은 하나같이 몸을 굽힌 채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그리하여 고양이처럼 곱사등이가 된다. 저들은 가까이에 있는 저들의 행복 앞에서 기분이 좋아 그르렁거린다. 좋은 것들은 하나같이 웃게 마련이다.
걷고 있는 자가 그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지는 걸음걸이가 말해준다. 그러니 걷고 있는 내 모습을 보라! 하지만 자신의 목표에 접근해 있는 사람은 춤을 추게 마련이다.
진정, 나 입상이 되어본 적이 없고 기둥이 되어 움직이지 않고 멍청하게 나 여기 서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날렵한 질주를 좋아한다.
이 대지 위에 늪이 있고 짙은 비탄이 깔려 있을지라도 발걸음이 가벼운 자는 진창을 가로질러 저 너머로 달리며, 마치 말끔히 쓸어놓은 얼음 위에서 추듯 그렇게 춤을 추기 마련이다.
형제들이여, 활짝! 더욱 활짝 가슴을 펴라! 그리고 두 다리 또한 잊지 말라! 멋진 춤꾼들이여, 다리를 들어올려라. 더욱 좋은 것은 물구나무를 서는 것이다!
* * *
산 속 동굴에서 불어닥치는 바람처럼 행동하라. 바람은 자신의 휘파람 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려 하고, 바다는 그의 발길 아래에서 몸을 떨며 깡총깡총 뛴다.
나귀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암사자의 젖을 짜는 자, 모든 오늘과 모든 천민들에게 폭풍처럼 다가오는 이 뛰어난, 분방한 정신은 찬양받을지어다.
엉겅퀴같이 흐트러진 머리, 하찮은 일에 정신 팔려 있는 머리, 온갖 시들어버린 잎새와 잡초들에게 적의를 품고 있는, 마치 초원에서 춤을 추듯 늪과 비탄 위에서 춤을 추어대는 저 사납고 뛰어난, 그리고 거침없는 폭풍의 정신은 찬양받을지어다!
천민이라는 여윈 개를 미워하고 실패로 끝난 음울한 족속이라면 가리지 않고 미워하는 자, 매사를 어둡게 보는 자들과 궤양에 걸려 있는 자들의 눈 속으로 먼지를 불어넣는,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이 폭풍, 자유로운 정신 가운데서 가장 자유로운 정신인 이 정신은 찬양받을지어다!
보다 지체가 높은 인간들이여, 그대들에게 있어서 더없이 나쁜 점은 그대들 모두가 춤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것, 그대들 자신을 뛰어넘어 저쪽을 향해 춤추며 오르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대들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는 것,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얼마나 많은 것이 아직도 가능한가! 그러니 그대들 자신을 뛰어넘어 웃는 법을 배우도록 하라. 그대 멋진 춤꾼들이여, 활짝, 더욱 활짝 가슴을 펴라! 건강한 웃음 또한 잊지 말고!
웃고 있는 자의 이 면류관, 장미로 엮어 만든 이 면류관. 형제들이여, 나 이 면류관을 그대들에게 던지노라! 나 이렇게 웃음을 신성한 것의 반열에 올려놓았으니, 보다 지체가 높은 인간들이여, 배우도록 하라. 웃음을!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4부 및 최종부, <보다 지체가 높은 인간에 대하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