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2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안영옥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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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걸어야 하지, 이 불행한 내가?」산초가 답했다. 「이 판자들이 꿰매 놓은 듯 내 몸에 딱 붙어서는 움직이는 걸 방해하고 있으니 무릎뼈 하나 놀릴 수가 없단 말이오. 당신들이 나를 안아다가 어느 문에다 가로로 놉히거나 세우거나 해주시오. 그러면 내가 이 창으로든 아니면 내 몸으로든 그 문을 지킬 테니 말이오.」

 

「그러지 말고 어서 걸어 보세요, 통치자 나리!」다른 사람이 말했다.

 

「판자보다는 두려움 때문에 나리께서 걸음을 떼지 못하시는 것 같네요. 그러지 말고, 자 서두르세요, 늦었습니다. 적들은 계속 불어나고 함성도 더 높아지고 있으니 위험이 더 커지고 있어요.」(657∼658쪽)

 

 - 『돈키호테 2』, <53 산초 판사의 힘들었던 통치의 결말에 대하여>

 

산초가 몇 시인지 묻자 그들은 벌써 동이 트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한마디 말도 없이 절대적인 침묵 속에서 잠자코 옷을 입기 시작했다. 무슨 일로 저렇게 급하게 옷을 입는지 몰라 모두가 그를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옷을 다 입은 산초는, 워낙 녹초가 되어 있었기에 성큼성큼 걷지도 못하고 느릿느릿 걸어 마구간으로 갔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그의 뒤를 따라갔다. 산초는 자기의 잿빛에게 다다르자 그를 얼싸안더니 이마에 입을 맞추는 인사를 하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이리로 오렴, 나의 동료이자 친구이며 나와 고생과 가난을 같이해 온 잿빛아. 너와 마음을 나누고 네 마구를 손질하고 네 작은 몸뚱이나 먹여 살릴 일 이외에는 다른 생각일랑 하지 않으면서 보낸 나의 시간들과 나의 나날들과 나의 해들은 행복했었지. 하지만 너를 내버려 두고 야망과 오만의 탑 위에 오르고 난 이후부터는 내 영혼 속으로 수천 가지 비참함과 수천 가지 노고와 수천 가지 불안이 들어오더구나.」(659∼660쪽)

 

 - 『돈키호테 2』, <53 산초 판사의 힘들었던 통치의 결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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