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2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안영옥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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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로 자네 멋대로 법을 만들고 그에 따라 일을 처리하지 말게. 이런 법은 흔히들 똑똑한 체하는 무지한 자들이 이용하는 것이라네. 부자가 하는 말보다 가난한 자의 눈물에 더 많은 연민을 가지도록 하게. 그렇다고 가난한 자들의 편만 들라는 건 아니네. 정의는 공평해야 하니까 말일세. 가난한 자의 흐느낌과 끈질기고 성가신 호소 속에서와 똑같이 부자의 약속과 선물 속에서도 진실을 발견하도록 해야 하네. 중죄인에게 그 죄에 합당한 무거운 벌을 내릴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경우에 서더라도, 너무 가혹한 벌은 내리지 말게. 준엄한 판관이라는 명성은 동정심 많은 판관이라는 명성보더 더 좋은 게 아니라서 그러하네. 혹시 정의의 회초리를 꺾어야 할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뇌물의 무게 때문이 아니라 자비의 무게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하네. 자네의 원수와 관련한 소송을 재판할 일이 생길 때는, 자네가 받은 모욕은 머리에서 떨쳐 버리고 사건의 진실에만 생각을 집중해야 하네. 자네와 관계없는 사건에서 개인적인 감정으로 인해 눈이 멀어서는 안 되는 법이니 말일세. 그런 일에서 만일 실수를 저지른다면, 대부분의 경우 그것을 만회할 방법은 없을 것일세. 설혹 있다 하더라도 자네 신용을 희생하거나 어떤 경우에는 재산도 잃을 것을 감수해야 한다네. 만일 한 아름다운 여인이 자네에게 판결을 요구하러 온다면, 그녀의 눈물에 눈을 두거나 그녀의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말고 그녀가 요구하는 것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차분히 생각해야 하네. 그녀의 눈물에 자네의 이성이, 그녀의 한숨에 자네의 착한 마음이 휘말려 버리는 게 싫다면 말일세. 체형으로 벌해야 할 사람을 말로써 학대하지 말게. 체형의 고통은 고약한 말을 보태지 않더라도 그 불행한 사람에게는 충분하네. 자네의 사법권 아래 들어올 죄인을 타락한 우리 인간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라고 생각하며 가엾게 여기게. 자네 쪽에서는 어떠한 경우라도 상대를 모욕하지 말고, 늘 인정과 자비를 베풀도록 하게. 하느님의 속성들이 모두가 다 똑같이 훌륭하긴 하지만 특히 자비의 속성은 정의의 속성보다 훨씬 눈부시고 뛰어나 보이기 때문이네. 만일 자네가 이러한 교훈과 이러한 법칙을 따른다면 산초, 자네는 오래 살 것이고, 자네의 명성은 영원할 것이며, 자네에 대한 상은 넘쳐나고, 자네의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일세. ······ 그렇게 살다가 삶의 마지막 순간 죽음의 발걸음이 자네의 온화하고 완숙한 노년에 찾아들면, 자네 증손자들의 여리고 섬세한 손들이 자네의 눈을 감겨 주겠지. 지금까지 내가 자네에게 일러 준 것은 자네의 영혼을 장식할 가르침이었네. 이제는 자네 몸을 가꾸는 데 필요한 가르침을 들어 보게나.」(514∼516쪽)

 

 -『돈키호테 2』 <42. 산초가 섬을 통치하러 가기 전에 돈키호테가 그에게 준 충고와 신중하게 고려될 만한 다른 일들에 대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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