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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2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안영옥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평점 :
「그런데 연극에서 일어나는 일과 같은 일이 이 세상에서도 일어난단 말이야. 세상에서 어떤 자는 황제 역할을 하고 어떤 자는 교황 역할을 하는데, 결국은 모든 사람들이 연극에 등장할 수 있는 인물들이란 말이지. 하지만 연극이 끝나면, 그러니까 우리의 생명이 다하는 때가 되어서 말일세, 죽음이 모든 사람들에게 와서 사람들을 차별화했던 의상들을 벗기면 모두가 무덤 속에 똑같이 있게 되는 게지.」
「멋진 비유입니다요.」산초가 말했다. 「비록 이런저런 기회에 여러 차례 들어 본 듯한 내용이라 그다지 새롭지는 않지만 말입니다요. 체스 게임의 비유처럼 말이죠. 게임이 계속되는 동안은 각각의 말이 자기 역할을 하지요. 하지만 게임이 끝나면 모두가 한데 섞이고 뒤범벅이 되어 주머니 안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건 목숨이 다해 무덤 속에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요.」
「날이 갈수록, 산초여······」돈키호테가 말했다. 「자네의 어리석음은 덜해지고 사려는 더 깊어지는구먼.」
「그건 나리의 신중함이 얼마간 저한테로 옮겨 붙었기 때문일 겁니다요.」산초가 대답했다.「불모의 메마른 땅도 거름을 주고 경작을 하면 좋은 결실을 낳게 되니까요. 제 말씀은, 나리와의 대화가 저의 바짝 메마른 불모의 기지라는 땅에 뿌린 거름이었다는 것입니다요. 이로써 저는 축복받을 만한 결실을 거두기를 바랄 뿐입니다요. 그 결실은 나리께서 저의 바짝 말랐던 분별력에 베풀어 주신 훌륭한 가르침의 길로부터 제가 멀어지거나 미끄러지지 않는 것이 될 테지요.」(174∼175쪽)
- 『돈키호테2』<12. 용감한 <거울의 기사>와 용맹한 돈키호테가 한 이상한 모험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