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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1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안영옥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평점 :
「······ 식사가 끝나고 식탁이 치워지면 기사는 의자에 몸을 비스듬히 기댄 채 아마도 늘 하던 대로 이를 정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이 열리고 처음에 봤던 아가씨들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아가씨가 들어오더니 기사 옆에 앉아 그곳이 어떤 성이며 어떤 연유로 자기가 마법에 걸려 그곳에 있는지, 또한 기사를 멍하게 만들고 그 이야기를 읽을 독자 또한 놀랄 만한 다른 여러 가지 것들을 기사에게 들려주기 시작하는데 이건 또 어떻소? 계속해서 이런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고 싶지는 않소. 어떤 편력 기사 이야기를 읽든, 어떤 대목에서든, 그것을 읽는 사람이 누구이든 간에 재미와 놀라움을 가지게 되리라는 것을 앞서 든 예로만 봐도 짐작할 수 있을 테니 말이오. 만일 당신이 우울해 있으면 그러한 이야기가 어떻게 그 우울증을 몰아내며, 상태가 나쁠 때라면 어떻게 그걸 좋아지게 만드는지 알게 될 것이오. 나에 대해 말할 것 같으면, 나는 편력 기사가 되고 나서부터 용감하고 정중하고 자유롭고 교양 있고 관대하고 정중하며 대담하고 온유하고 참을성 있으며 고난도 감금도 마법도 견뎌 내는 사람이 되었소. 비록 얼마 전에 미쳤다고 우리에 갇히기는 했으나, 하늘이 돕고 운이 나를 거역하지 않는다면 내 팔의 힘으로 빠른 시일 안에 어느 왕국의 왕이 되어 내 가슴에 품고 있는 감사와 관대함을 드러내 보여 줄 생각이오. 진실로 말하건대, 가난한 자는 마음속에 최고의 관대함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어느 누구에게도 그 미덕을 보여 줄 수가 없소. 또한 마음에만 있는 감사란, 행동 없는 믿음이 죽은 것이듯 죽은 것이지. 그러하기에 운이 빨리 내게 황제가 될 기회를 주기를 바라는 것이오. 내 친구들에게, 특히 이 불쌍한 내 종자 산초 판사에게 선을 베풀어 내 마음을 부여 주려고 말이오. ······」(750∼751쪽)
- 『돈키호테 1』, <50. 돈키호테와 교단 회원이 벌인 점잖은 논쟁과 다른 사건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