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기질
하워드 가드너 지음, 문용린 감역, 임재서 옮김 / 북스넛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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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이 과거의 작품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분명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특히 자신만의 고유한 예술 형식에 젖어 있으면서도 그 기원 및 발달 과정에서 자신의 예술이 점하는 위치까지 알고 있는 거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러한 역사적인 성향은 또한 과거의 정전과 그 자신의 뿌리를 노골적으로 거부한 초창기의 작품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젊은 시절에 직관적으로 수용한 것을 이제는 좀더 의식적이고 거리를 둔 상태에서 다시 살펴보는 것이다. 물론 이미 과거와 단호하게 결별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과거가 압도적인 무게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리하여 그는 자주 먼 과거로 되돌아가게 된다. 스트라빈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시간상으로 우리와 더 가까운 시기가 더 먼 시기보다 일시적으로는 우리와 더 많이 떨어져 있는 게 세상 이치다."

-382쪽

스트라빈스키와 피카소가 과거와 자극적인 대화를 지속적으로 했다는 점은 두 사람이 오랫동안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였다. 그들은 과거로부터 배우고 과거를 재창조함으로써 자신의 목소리를 한층 더 심화시킬 수 있었다. 이는 과학자나 수학자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그들이 이런 식으로 과거와 유희하지 않았다면 훨씬 개인적이고 급진적인 작품은 창조했겠지만, 이는 기껏해야 창조력을 갉아먹은 곤란한 재주에 불과했을 것이다.-3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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