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우선, 자연 자체는 경탄할 만한 우리의 신체 구조를 큰 계획하에 마련해준 것 같다. 그 결과 보기가 좋은 우리의 용모는 노출되었지만, 반면 오직 생리적인 작용과 같은 자연의 요구에 응하기 위해서 주어진 배설기관 같은 신체의 부분들은 추하고 보기기 흉해 감추고 보이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자연의 신중한 계획을 본받은 것이 바로 인간의 수치심이다. 사실 올바른 정신을 지닌 사람이라면 그 어느 누구라도 자연이 감추고 있는 것들, 즉 생식기들을 눈에서 멀리하며, 배설같은 자연의 요구에 대해서도 가급적 은밀히 혼자 처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의 요구에 응해서만 사용하는 저 생식기와 같은 신체 부위들의 경우, 그 부위나 신체의 기능은 실제 이름이 호칭되지 않는다, 배설같은 이러한 기능들을 은밀히 혼자 행하기만 한다면, 그것은 결코 음담패설처럼 추하고 부도덕하지 않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을 입에 담든다는 것은 점잖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행위들을 공공연하게 행하지도 안혹, 입에 담지도 않는 것이 무례를 피하는 길이다.(95∼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