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인생의 진로를 선택함에 있어서 가장 강한 힘을 발하는 것은 적성이고, 그 다음에 작용하는 것은 운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말할 것도 없이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결정할 때에는 필히 적성과 운, 두 가지를 다 고려해야 되겠지만, 그러나 둘 중에서도 적성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적성이 훨씬 더 확고하고 변함이 없으므로, 운과 적성의 싸움이란 필히 그 자체가 사멸할 것과 불멸의 여신과의 싸움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적성에 맞춰 자기 인생의 전 계획을 수립한 자는 생의 진로를 선택함에 있어 잘못된 게 없나는 생각을 하는 한, 그것이 진실로 적성이니까 시종일관 변함없이 그대로 실행해 가도록 하라. 그러나 잘못되는 경우도 많은데, 만약 잘못되었다면 인생의 진로와 생활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만일 적당한 시기라면 변경은 보다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시기가 좋지 않으면, 진로 변경은 깊은 생각을 하면서 단계적으로 행해야 한다. 이를테면 친구지간의 우정이 더 이상 유쾌하지도 소망스럽지도 않으면, 현자들이 생각하듯 우정을 갑자기 끊기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관계를 멀리하는 것이 적절한 것처럼 그렇게 말이다.(91∼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