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크리토스에 대하여...
어젯밤에 어떤 책을 읽다가 묘한 구절을 발견하고는 어느날 갑자기 눈덩이처럼 불어난 '북플 친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까지도 혹시 페북이니 북플이니 하는 SNS 서비스의 등장을 미리 내다본 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북플이라는 어플에서 여태껏 '친구 신청' 버튼 한 번 누른 적이 없었던 듯하다. 그런데 북플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쇄도하는 '친구 신청'을 넙죽넙죽 받아들이다 보니 어느새 '북플 친구'가 엄청 늘었다. 어느새 북플은 나에게 '우정상'까지 쥐어 주었다. 갑자기 '술' 생각도 나고, 서로 '술 한 잔' 사주지도 못하는 '친구'도 친구일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안치환의 노래가 저절로 떠오른 탓이다.
마침 잘 됐다. 오늘 저녁 망년회에 가면 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고, 서로 '친구답게' 술잔을 쎄게 부닥치고 싶다. 그리고 모처럼 거나하게 취하고도 싶다. 술도 한 잔 나오지 않는 '북플의 세계'는 좀 잊고.
친구(philos)처럼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친구가 아니며,
친구처럼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친구이다.
이해 깊은 한 사람의 우정(philia)이 어리석은 모든 사람들의 우정보다 더 낫다.
- 데모크리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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