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자가 되려므나
필사자들은 텍스트를 읽는 입장이라는 데 따르는 굉장한 힘을 깨닫고 그런 특권을 열광적으로 지키려 들었음에 틀림없다. 오만방자하게도 대부분의 메소포타미아 필사자들은 텍스트 말미를 이런 간기로 장식하곤 했다. "현명한 사람들이 현명한 사람들을 교육하도록 하자. 무식한 사람들은 볼 줄도 모를 테니까" 라고. 이집트에서는 B.C. 2300년경인 19대 왕조에 어느 필사자가 자신의 일을 찬양하는 노래를 이렇게 적었다.
필사자가 되려므나! 이 말을 그대 가슴에 각인하라.
그대의 이름을 영원히 남기기 위해서!
두루마리는 돌새김보다 훌륭하느니라.
사람이 죽으면 육신은 먼지가 되고,
그의 사람들도 이 땅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니.
사람을 기억하게 하는 것은 책이니라
그를 읽는 사람의 입을 통해서.
(2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