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트먼도 그의 시어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
세월이 흘러 수정과 증보를 거듭했던 『풀잎』의 '임종' 판에서는 이 세상도 그의 시어를 '자극'하지 못하고 원초적인 목소리로 남는다. 휘트먼도 그의 시어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 세상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했다. 이 세상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읽을 수 있도록 펼쳐져 있는 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1774년에 (휘트먼도 존경해 마지않았던) 괴테는 이렇게 노래했다.
자연이 얼마나 생생하게 살아 꿈틀거리는 책인지 보라,
잘못 이해할 순 있을지언정 우리의 이해 범위를 넘어서지는 않지 않은가.
이제 1892년 죽음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휘트먼도 여기에 동의했다.
모든 대상에는, 산, 나무, 그리고 별-이 모든 생성과
죽음에는,
서로의 의미의 한 부분으로서-서로에게 진화한 존재로-각각의 표면 뒤에는
비밀의 신비한 암호가 고스란히 오므린 채 기다리고 있구려.
(241∼2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