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마침내 펭귄이 떠올랐다
이제 레인에게 필요한 것은 시리즈의 이름이었다. '월드 클래식스' 같이 거창하지 않아야 하며 '에브리맨스' 처럼 선심 쓰는 체하는 이름이어서도 곤란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동물 이름들이었다. 돌핀, 이어서 포퍼스(참돌고래, 이 이름은 이미 파베르 앤드 파베르에 의해 사용되었음), 그리고 마침내 펭귄이 떠올랐다. 맞아, 바로 그 이름이었다.
1935년 7월 30일, 펭귄 시리즈의 첫 열 권이 권당 6펜스에 선을 보였다. 레인은 각 타이틀마다 1만 7천 부만 팔리면 본전을 뽑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첫번째 판매는 겨우 7천 부에 지나지 않았다.
······ 펭귄 북스의 독특한 특징(엄청난 배부량, 저렴한 가격, 우수한 내용과 폭넓은 타이틀) 이상으로 펭귄의 위대한 성취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녔다. 그토록 폭넓은 문학들을 거의 모든 사람에 의해, 그리코 튀니스에서 아르헨티나의 티커만까지, 또 쿡 제도에서 레이캬비크까지(이는 영국 팽창주의적 산물이어서 나도 이 모든 곳에서 펭귄을 사서 읽을 수 있었다), 거의 모든 곳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독자들에게 이 세상 어느 곳에나 책 읽는 사람들이 편재해 있다는 상징으로 와닿았다.(213∼2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