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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ㅣ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키르케, 귀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 19세기경,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
그녀는 때와 장소가 적합하다 싶어 말했어요. <오오, 내 눈을
사로잡은 그대의 눈에 걸고, 여신조차 그대에게 탄원하게 만든,
가장 미남이여, 그대의 그 미모에 걸고 말하노니,
내 정염을 돌봐주시고, 만물을 보시는 태양신을 장인으로
삼으시고, 티탄의 딸인 키르케를 가혹하게도 멸시하지 마세요!>
이렇게 그녀는 말했어요. 하나 그는 잔혹하게도 그녀 자신과
그녀의 기도를 물리치며 말했어요. <그대가 뉘시든 나는
그대의 것이 아니오. 다른 여인이 나를 차지하고 있고,
그녀가 오래오래 차지하기를 나는 빌고 있소.
나는 다른 여자와의 사랑으로 혼인 서약을 어기지 않을 것이오.
운명이 야누스의 딸 카넨스를 나를 위해 지켜주는 동안에는!>
몇 번이고 간청해도 소용없자 티탄의 딸이 말했어요.
<그대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며, 카넨스는 다시는 그대를
돌려받지 못하리라. 사랑하는 여자가 모욕당하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대는 배우게 되리라.
한데 키르케야말로 사랑하다 모욕당한 여자란 말이야!>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4권 372∼385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