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뮈르라여, 쿠피도도 자신의 화살이 그대를 맞히지 않았다고 부인하며

자신의 횃불이 그대의 범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소.

세 자매들 가운데 한 명이 스튁스의 화염과 독으로 부어오른 독사로

그대를 덮쳤던 것이오. 아버지를 증오하는 것도 죄가 되지만

이런 종류의 사랑은 증오보다도 더 큰 죄가 되기 때문이오.

사방으로부터 내노라 하는 귀족들이 그대를 원했고,

온 동반의 젊은이들이 나타나 다투어 그대에게 장가들려고 했소.

뮈르라여, 그 모든 이들 중에서 한 명을 남편으로 고르되,

한 명만은 그들 중에 포함시키지 마시라!

사실 그녀는 자신의 사랑이 사악한 것임을 알고 그것과 싸우며

혼자말을 했소.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 거지? 내 의도가 뭐야?

제발 신들과 자식 된 도리와 부모님의 신성한 권리는

이 무도한 짓을 막아주고, 이 범죄를 제지해주세요.

이것이 정말로 범죄라면! 하나 자식 된 도리가 반드시 이런 사랑을

저주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 않는가! 다른 동물들은 마음대로

교합하지 않는가! 암송아지는 제 아비를 등에 태우는 것을

수치스런 짓으로 여기지 않으며, 수말에게는 제 딸이 아내가 되며.

숫양은 제가 낳은 암양들과 짝짓기를 하며, 새들은

그 씨에서 제가 잉태되었던 수컷한테서 저도 잉태하지 않는가!

그런 사랑이 허용되는 것들은 행복하도다! 하나 인간의 세심함이

악의적인 법을 제정하여, 자연이 허용하는 것을 시기심 많은

법이 금하는구나. 하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아들과 결혼하고

딸이 아버지와 결혼하는, 그리하여 이런 이중의 사랑으로 가족간의

유대가 더욱 공고해지는 그런 부족들도 있다지 않는가!

나야말로 불행하구나! 그런 곳에서 태어나는 행운도 잡지 못했고

단순히 출생지로 인해 방해를 받고 있으니 말이야.

한데 내가 왜 자꾸 이런 생각을 하는 거지?

금지된 희망들이여, 너희는 사라져버려라! 그분은 사랑 받을 만하지.

하지만 아버지로서 그렇지. 그러니까 내가 위대한 키뉘라스의 딸이

아니라면 키뉘라스와 잠자리를 같이할 수 있었겠지. 한데 그분은

내 것이기 때문에 내 것이 될 수 없어. 가깝다는 것이 나에게는

오히려 방해만 돼. 오히려 낯선 여자라면 더 힘을 쓸 수 있으련만.

범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나는 조국의 국경을 뒤로하고

이곳에서 멀리 떠나고 싶어. 하지만 사악한 정염이 가지 못하게

막는구나. 다른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키뉘라스를 가까이서

보고 만지고 대화하고 입이라도 맞추라고 말이야.

하지만 그 이상의 것은 바랄 수 없겠지? 이 불효한 소녀여,

네가 얼마나 많은 권리와 이름을 혼동하고 있는 줄 알아?

너는 어머니의 시앗이 되고 아버지의 첩이 되겠다는 거니?

너는 네 아들의 누이라고, 네 오라비의 어머니라고 불리겠다는 거니?

너는 머리털이 시커먼 뱀들로 된 자매들이 무섭지도 않니?

죄 지은 자들의 마음 앞에 나타나 무자비한 횃불로

그들의 눈과 얼굴을 공격한다지 않니? 그러니 너는 아직

몸으로 죄를 짓지 않았을 때, 마음속으로 죄를 꾀하지 말고

금지된 동침으로 위대한 자연의 계약을 어기지 마!

네가 간절히 원해도 현실이 이를 금하고 있어.

그분은 경건하고 도의를 아시는 분이야. 아아,

그분에게도 나와 같은 광기가 깃들어 있었으면 좋으련만!'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0권 311∼355행

 

  


그러자 뮈르라가 미친 듯이 노파의 품에서 일어서더니

침상에 얼굴을 묻으며 '제발 나가든지, 아니면 나를 비참하고

부끄럽게 만들지 말아요!' 라고 말했고, 그래도 유모가 졸라대자

'나가든지, 아니면 왜 내가 괴로워하는지 묻지 말아요.

그대가 알려 하는 것은 범죄예요.' 라고 말했소.

노파는 겁이 나서 나이와 두려움 때문에 떨리는 두 손을 내밀고는

자기가 기른 소녀의 발 앞에 탄원자로서 무릎을 꿇고 엎드려

때로는 감언이설로 꼬이는가 하면 때로는 겁을 주며, 자기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올가미 사건과 죽으려고 했던 일을 알리겠다고

위협했고, 사랑에 관해 털어놓으면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소.

소녀는 고개를 들어 솟아오르는 눈물을 유모의 젖가슴에다 쏟았소.

소녀는 몇 번이나 고백하려고 했으나 매번 말문이 막혔소.

그러다가 마침내 소녀는 부끄럼 타는 얼굴을 옷으로 가리며

말했소. '아, 어머니. 우리 어머니는 참 남편 복도 많아요!'

거기까지만 말하고 소녀는 한숨을 내쉬었소. 유모는 등골이 오싹했소.

(그녀는 알아챘던 것이오.) 그녀의 온 머리 위에서는 눈처럼 흰

머리카락들이 쭈뼛쭈뼛 섰소. 유모는 그 끔찍한 사랑을

몰아내기 위하여 많은 말을 더 했소. 혹시 그것이 가능할까 해서.

소녀는 그 충고가 옳다는 것을 인정했소.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것을 갖지 못할 바엔 죽겠다는 결심을 비쳤소.

'그렇다면 살아서' 하고 유모가 말했소. '가지세요, 아씨의······'

유모는 차마 '아버지를' 이란 말이 나오지 않아 입을 다물고는

신들의 이름으로 자신의 약속을 다짐했소.

해마다 열리는 케레스의 축제가 돌아왔소. 이때에는 경건한

어머니들이 몸에 눈처럼 흰 옷을 두르고 그 해에 거둔

수확의 맏물로 곡식 이삭으로 만든 화환을 갖다 바쳤소.

그리고 그들은 아흐레 밤 동안 사랑과 남자와의 접촉을

금기사항에 포함시켰소. 그 무리들 사이에는 왕비 켕크레이스도

있었는데, 그녀는 열심히 신성한 비밀 의식에 참가했소.

그리하여 왕의 침상에 합법적인 아내의 자리가 비었을 때,

키뉘라스가 거나하게 취한 것을 보고는 지나치게 열성적인 유모가

가짜 이름을 대며 왕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소녀가 있는데

일색이라고 전했소. 소녀의 나이를 묻자 유모는 '뮈르라와

동갑이에요.' 라고 말했소. 왕이 그녀를 데려오라고 명령하자

유모는 돌아와 '기뻐하세요. 아씨! 우리가 이겼어요!' 라고 말했소.

불행한 소녀는 온 마음으로 기뻐하지 못했소.

그녀의 가슴은 슬픈 예감으로 가득 찼소. 그래도 그녀는 기뻤소.

그만큼 그녀는 마음이 갈팡질팡했소.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0권 410∼445행

 

 

Myrrha (Greek: Μύρρα), also known as Smyrna (Greek: Σμύρνα), is the mother of Adonis in Greek mythology. She was transformed into a myrrh tree after having had intercourse with her father and gave birth to Adonis as a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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